"소방수가 불 지른다" 트럼프 중동 일방주의 성토 확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으로 최악 유혈사태…중동정세 대혼돈
이란핵합의·시리아 정책도 '논란'…"중재자 아닌 문제 유발자"
동맹과 계속 불화…"'아메리카 퍼스트' 아니라 '아메리카 얼론'" "미국은 중동에서 전통적으로 (이슈를 중재하는) 소방관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방화범이 됐습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관리를 지낸 일런 골든버그 신미국안보센터 중동프로그램 담당자가 14일(현지시간) 또다시 불거진 중동 유혈사태 소식을 접한 뒤 AP통신에 한 말이다.
세기의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락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종교와 민족 간 갈등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동의 특수한 사정을 섬세하게 살피지 않은 채 일방주의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것은 이 같은 비판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로 꼽히는 독특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유엔은 1947년 11월 예루살렘의 종교적 특수성을 감안해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규정했다.
특히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자국의 미래 수도로 점찍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며 텔아비브의 미국 대사관을 그곳으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예루살렘에서 유지되던 미묘한 종교적 균형이 순식간에 깨진 순간이었다.
팔레스타인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미국과의 모든 공식 외교 채널을 닫아버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대사관 이전식이 열리던 날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발포 등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6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도 2천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이스라엘 가자 폭격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미국의 독단과 참담한 부작용 탓에 그간 중동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온 유럽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럽 우방들은 이스라엘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며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중동의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거듭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실탄 사용은 자제 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영국은 미국의 대사관 이전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는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 여전히 믿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평화시위를 허용하라고 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성명에서 "프랑스는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하는 미국의 결정에 반대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미국은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으로 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중재자로서의 위상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며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대사관 이전과 유혈사태 전에도 미국은 이미 여러 건의 일방주의적 중동 정책으로 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 우방인 유럽 주요국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 이란 핵합의 철회를 선언한 것은 국제정세 전반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몰조항 등을 문제 삼으며 핵합의가 '최악'이라고 지적했으나, 이란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독일, 프랑스 등도 핵 합의 유지를 원하고 있어 미국의 이란 핵합의 철회는 서방국가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핵합의를 지키며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을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형태로 제재할 수 있다고 밝히 터라 '치킨게임'이 예고됐다.
대서양동맹의 파열음 속에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를 유지하지 않으며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대니얼 샤피로 전 대사는 "미국은 이란이 이 지역에서 긴장과 불안정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샤피로 전 대사는 "이란 핵합의 철회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을 다룰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방적인 조치의 효용을 저평가했다. 2011년 3월부터 만 7년 넘게 내전이 거듭되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정책도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를 거의 완수했기에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지만 지난달에는 반대로 시리아 공습을 단행했다.
이 공습에 대해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 화학 공격 의혹에 대한 응징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의 시리아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놓고 국제사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터키와 러시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과 이란군이 구 IS 점령지에 유입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사입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수석 협상가는 AP통신에 "미국은 더 이상 파트너나 중개인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에레카트는 "트럼프 행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칼릴 시카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 대표도 "미국은 가장 민감하고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를 골랐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독단적 행보를 합리화하며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국들이 등을 돌리게 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자국 이익만 추구하다가 혼자 고립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핵합의 탈퇴,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관세폭탄 등 정책이 단순히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점점 '아메리카 얼론'(미국 단독주의)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이란핵합의·시리아 정책도 '논란'…"중재자 아닌 문제 유발자"
동맹과 계속 불화…"'아메리카 퍼스트' 아니라 '아메리카 얼론'" "미국은 중동에서 전통적으로 (이슈를 중재하는) 소방관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방화범이 됐습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관리를 지낸 일런 골든버그 신미국안보센터 중동프로그램 담당자가 14일(현지시간) 또다시 불거진 중동 유혈사태 소식을 접한 뒤 AP통신에 한 말이다.
세기의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락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종교와 민족 간 갈등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동의 특수한 사정을 섬세하게 살피지 않은 채 일방주의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것은 이 같은 비판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로 꼽히는 독특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유엔은 1947년 11월 예루살렘의 종교적 특수성을 감안해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규정했다.
특히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자국의 미래 수도로 점찍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며 텔아비브의 미국 대사관을 그곳으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예루살렘에서 유지되던 미묘한 종교적 균형이 순식간에 깨진 순간이었다.
팔레스타인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미국과의 모든 공식 외교 채널을 닫아버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대사관 이전식이 열리던 날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발포 등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6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도 2천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이스라엘 가자 폭격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미국의 독단과 참담한 부작용 탓에 그간 중동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온 유럽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럽 우방들은 이스라엘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며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중동의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거듭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실탄 사용은 자제 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영국은 미국의 대사관 이전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는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 여전히 믿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평화시위를 허용하라고 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성명에서 "프랑스는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하는 미국의 결정에 반대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미국은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으로 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중재자로서의 위상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며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대사관 이전과 유혈사태 전에도 미국은 이미 여러 건의 일방주의적 중동 정책으로 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 우방인 유럽 주요국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 이란 핵합의 철회를 선언한 것은 국제정세 전반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몰조항 등을 문제 삼으며 핵합의가 '최악'이라고 지적했으나, 이란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독일, 프랑스 등도 핵 합의 유지를 원하고 있어 미국의 이란 핵합의 철회는 서방국가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핵합의를 지키며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을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형태로 제재할 수 있다고 밝히 터라 '치킨게임'이 예고됐다.
대서양동맹의 파열음 속에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를 유지하지 않으며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대니얼 샤피로 전 대사는 "미국은 이란이 이 지역에서 긴장과 불안정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샤피로 전 대사는 "이란 핵합의 철회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을 다룰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방적인 조치의 효용을 저평가했다. 2011년 3월부터 만 7년 넘게 내전이 거듭되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정책도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를 거의 완수했기에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지만 지난달에는 반대로 시리아 공습을 단행했다.
이 공습에 대해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 화학 공격 의혹에 대한 응징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의 시리아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놓고 국제사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터키와 러시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과 이란군이 구 IS 점령지에 유입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사입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수석 협상가는 AP통신에 "미국은 더 이상 파트너나 중개인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에레카트는 "트럼프 행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칼릴 시카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 대표도 "미국은 가장 민감하고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를 골랐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독단적 행보를 합리화하며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국들이 등을 돌리게 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자국 이익만 추구하다가 혼자 고립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핵합의 탈퇴,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관세폭탄 등 정책이 단순히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점점 '아메리카 얼론'(미국 단독주의)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