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현대 부담금 850만→7157만→1억3569만원… 재건축 시장 '패닉'
“재건축을 중단하는 단지가 속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도 당분간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의 재건축 부담금 추정치가 나오자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산출됐기 때문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100가구도 안 되는 단지의 부담금 추정치가 조합원당 1억4000만원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수백~수천 가구 단지 추정치는 수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집주인과 매수 예정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재건축 중단, 집값 하락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무줄 같은 산정 근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앞둔 재건축 조합들은 들쭉날쭉한 부담금 예상액 규모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건축 초과이익은 준공 시점 새 단지 주택가액에서 재건축 사업 개시 시점 총 주택가액, 평균 주택가격 상승분, 공사비 등 총 개발비용을 빼는 식으로 계산한다. 초과이익이 클수록 높은 부담금 부과율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준공 후 새 단지 집값이 순전히 현재의 예상치라는 점이다. 시세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는가에 따라 부담금 예상액이 크게는 수억원까지 차이날 수 있다.

반포현대의 부담금 예상액이 달라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초 조합은 단지 공시지가에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곱해 미래 집값을 추산했다. 2차 제출에선 인근 5개 단지 공시지가에 평균 상승률을 곱했다. 서초구도 이 같은 방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산정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개 동 규모 나홀로 아파트인 반포현대에 주변 대단지 아파트 시세를 반영한 예상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반포동 B공인 대표는 “재건축한 단지라고 무조건 값이 확 뛰는 것은 아니다”며 “새 아파트도 조망권, 주변 인프라, 시공사 브랜드, 커뮤니티 시설 등에 따라 시세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주변 대형 건설사 시공 대단지를 기준으로 준공 후 시세를 추산하면 실제 시세와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포현대 부담금 850만→7157만→1억3569만원… 재건축 시장 '패닉'
◆“상당한 후폭풍 예상”

반포현대 부담금 850만→7157만→1억3569만원… 재건축 시장 '패닉'
재건축 사업 초중반에 있는 단지에선 벌써부터 일부 조합원이 사업 연기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칫 막대한 부담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반포현대 인근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한 조합원은 “소규모 단지에 1억원대 부담금이 적용되는 것을 보고 재건축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조합원 간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이라며 “부담금은 입주 1년 내에 내야하는 만큼 현금 여력이 적은 조합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재건축 단지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반포현대는 1개 동, 80가구의 기존 단지를 2개 동, 108가구 규모 아파트로 재건축한다. 이 중 16가구는 임대가구다. 기존 조합원 80명 중 현금청산자가 없다면 일반분양분은 12가구에 불과해 사업성이 높지 않을 전망이다. 반포현대조합 관계자는 “이 단지는 주거 환경이 낙후돼 재건축하는 것일 뿐 단지 규모를 늘려 조합원이 이익을 보는 사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단지에서 조합원 간 부담금액을 놓고도 갈등이 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에 총부담금을 부과하면 조합이 자체적으로 부담금을 분배하는 방식이라서다. 비교적 최근 아파트를 사서 시세 차익을 적게 얻은 조합원과 오래전에 주택을 구입해 시세 차익이 상대적으로 큰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재건축시장 타격 불가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향후 재건축 단지 집값이 부담금의 두 배 이상으로 뛴다고 해도, 입주 후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재건축 수요 심리를 위축시킨다”며 “강남권 재건축단지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서울 집값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명확하지 않은 산정 근거가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했다는 지적도 있다. 100가구 미만 소형 단지의 부담금 추산액이 산정 주체에 따라 약 1억원이 차이 난다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의 부담금을 추산할 때 더 큰 혼란이 예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초과이익 환수제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꼴”이라며 “재건축 단지 입주를 원하던 수요자들이 초과이익환수제를 ‘엿장수 마음대로’라고 인식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