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CVID 성공하려면 4단계 거쳐야"
미국이 북핵 협상 목표로 제시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달성하려면 ‘원샷 딜’이 아니라 ‘실험 동결-무기 생산 중단-기반시설 해체-군축(FCDD)’의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사진)은 14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계획’ 보고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곧 달성한다는 미 정부의 계획이 성공할 확률은 한 자릿수지만,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적 계획의 성공 가능성은 이보다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제안한 비핵화 절차는 크게 △핵무기 생산과 실험 동결(freeze testing)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 생산 중단(cap arsenal) △농축 우라늄·플루토늄 생산 기반시설 해체(dismantle infrastructure) △현존하는 핵분열성 물질과 핵탄두를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군축(disarm) 4단계로 나뉜다.

북한과 중국이 주장하는 ‘단계별·동시적’ 비핵화론과 비슷하지만 비핵화 개념을 미사일·대량살상무기 폐기로 확대하고, 보상문제를 인권 개선과 연계시킨 게 차이점이다.

첫 단계는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 실험장 폐기 발표로 사실상 완료된 것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 단계는 북한이 국제기구의 핵연료 생산장소 방문을 허용해야 해결된다고 오핸런 연구원은 주장했다. 세 번째 단계는 북한이 수억달러에 이르는 핵 개발 비용을 포기하는 걸 의미한다. 마지막 단계에선 북한이 핵탄두를 국외로 반출하고, 미국도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서 세계은행이나 국제개발과 관련된 미국 기관을 통해 북한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할 수 있다.

오핸런 연구원은 “군축 목표가 달성됐다고 하더라도 원조를 한꺼번에 다 해줘서는 안 되며 전통적인 군사 능력 감축과 다른 대량파괴무기 제거, 인권에 대한 대화도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CVID에 대해 “정치적인 허튼소리”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얘기가 나오는데) 돌이키지 못할 것은 없다”며 “북한의 잠재적인 핵무기 제조 능력을 결코 빼앗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비핵화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