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총회서 임금인상안 부결되자 CEO 사임…이사회 비상경영체제 승인
파업 석달 에어프랑스, CEO 사퇴로 임시지도부 구성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분규로 위기를 맞은 유럽 최대항공사 에어프랑스-KLM그룹이 전격 사퇴한 최고경영자(CEO)를 대신할 임시 지도부를 구성했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그룹의 프레데리크 가제(61)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또 사외이사인 안마리 쿠데르크(58) 전 장관을 비상임 이사회 의장(non-executive chairman)으로 선임했다.

변호사인 쿠데르크 의장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시 노동장관을 지냈다.

에어프랑스 이사회는 최대한 빨리 차기 경영진 선임에 돌입하기로 하고 그룹의 최대 난제인 임금협상과 관련한 권한은 임시 경영진에 부여하지 않았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임금협상과 관련, 임시 대표이사는 이사회가 기존에 승인한 성장 전략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결정을 할 권한을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시 지도체제 구성은 임금인상을 둘러싼 분규 끝에 최고경영자가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의 장 마르크 자나이악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자신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이 사원총회에서 부결되자 사퇴를 발표했다.

에어프랑스 사측은 노조와 줄다리기 협상 끝에 향후 4년간 7%의 임금인상안을 최종 제시했지만, 노조는 "6년간 임금을 동결했는데 사측이 제시한 인상 폭은 너무 적다"면서 올해 5.1%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에어프랑스 노조는 임금인상을 두고 석 달째 산발적으로 파업을 이어왔다.

파업 일에는 평균 25%가량의 항공편 운항이 취소됐다.

자나이악 전 CEO는 이날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공식사임한 뒤 "에어프랑스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위기를 겪고 있다.

반복되는 위기와 파업, 분규, 의심이 우리 그룹을 갈라놓았다"고 말했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제1 항공사들이 2004년 합병하면서 탄생한 유럽 최대항공사 중 하나다.

라이언에어 등 저가항공사들의 도약으로 수세에 몰려 고전하면서 에어프랑스-KLM은 올해 1분기 2억6천900만 유로(3천43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특히 에어프랑스 사측은 2월부터 이어진 파업으로 3억 유로(3천8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나이악 CEO가 사퇴를 발표한 뒤 지난 7일 에어프랑스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9.8% 폭락하기도 했다.

1분기 실적을 보면 파업을 이어온 프랑스(에어프랑스)와 그렇지 않은 네덜란드(KLM) 사업부가 확연히 갈린다.

AFP통신은 "에어프랑스는 반복되는 파업으로 1분기에 1억7천800만 유로(2천270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KLM(764억원)은 6천만 유로의 이익을 냈다"고 전했다.

에어프랑스-KLM 지분 14%를 가진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사태를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지난 6일 BFM 방송에 출연해 "에어프랑스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다"면서 당사자들이 책임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업 석달 에어프랑스, CEO 사퇴로 임시지도부 구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