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오른쪽부터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상장회사협의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김정운 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오른쪽부터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상장회사협의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김정운 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의 ‘지배구조 개편 반대’ 보고서에 대해 16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기존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ISS의 권고가 국내 순환출자 규제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끝까지 주주 설득할 것”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서스틴베스트에 이어 ISS도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현대車 "지배구조개편, 기존주주에 유리… ISS가 시장 호도"
확전을 자제해오던 현대차그룹도 ISS가 움직이자 적극 방어에 나섰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의심스러운 경영 논리’라고 평가한 ISS의 기본 인식부터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인 동시에 주주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도 이미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이뤄지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져 경영 투명성이 강화된다. 대주주 지분(29.9%)이 줄어들어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비율(0.61 대 1) 등이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ISS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현대차그룹은 “분할·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공정하게 산출한 것”이라며 “기존 현대모비스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의 경우 현대모비스(존속) 주식 79주와 현대글로비스(합병) 주식 61주를 받게 돼 현재 주가로만 계산해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ISS는 기아자동차(16.9%), 현대제철(5.7%), 현대글로비스(0.7%) 등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정 회장 부자가 모두 사들이는 대신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9.9%)을 파는 거래 조건도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대주주 지분 거래 과정에서 확실하고 공정한 거래 조건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은 “회사 분할·합병은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주주들의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이날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안건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들어 회원 운용사들에 주총 의안 반대를 권고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합병 계획대로라면 현대모비스의 분할 사업부문이 시장에서 공정 가치로 평가받을 기회가 없다”고 설명했다.

“펀드 경영 간섭 지나쳐”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잇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어깃장’을 놓자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간섭이 지나치다고 성토했다.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경영권 위협, 2015년 엘리엇의 삼성 공격에 이어 이번엔 현대차그룹이 대상에 올랐다”며 “국내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에 무방비로 당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정책 당국도 긍정적인 평가를 한 상황에서 이번 공격이 이뤄져 그 충격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장창민/임근호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