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매출 70억' 호주의 K뷰티 전도사…"첫 사무실은 차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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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여정' 사회복지→제약회사→호주 이민
'차고 창업' 6년 만에 연매출 70억 달성
"현지 뷰티 트렌드 선도 하고파"
'차고 창업' 6년 만에 연매출 70억 달성
"현지 뷰티 트렌드 선도 하고파"
"미용실을 운영하는 지인이 '펌제가 빨리 안 온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거예요. 사정을 듣고 보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더라고요. 한국에서 호주까지 미용재료를 직접 수입하다 보니 통관 문제도 있고 배송도 늦을 수밖에 없죠.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윤재한 오송씨엔에프(OSONG C&F) 대표(사진·37)는 2009년 아내와 돌이 막 지난 딸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가기로 했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 활동을 하던 그는 '진짜 사회'를 경험해보고 싶어 에스트라(옛 태평양제약)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5년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장사'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무대가 좁다고 생각했다. 이민 역사가 짧아 진입 부담이 적고 아시아로도 사업 확장이 용이한 호주를 택해 떠나게 된 이유다.
"큰 자본 없이 이민생활을 시작해서 초기에는 청소, 딜리버리, 픽업 서비스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데다 학교 수업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일상 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미용 도매업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계 미용실을 상대로 체계적으로 미용재료를 공급하는 업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윤 대표는 곧바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행동에 나섰다. 제약회사에서 일 한 경험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그는 당시를 떠올렸다. 뷰티, 헬스,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섯 가지 영역을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다룬다는 의미를 담아 2011년 OSONG C&F를 설립한 것이다.
"첫 사업의 시작은 가정집 차고에서였습니다. 그것도 남의 집 차고였죠(웃음). 모은 돈 일부와 돈을 꿔 마련한 자본금 3000만원으로 두 개의 제품을 인근 미용실에 납품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작은 손수레에 펌제, 염색약, 헤어 에센스 등을 직접 담아 여러 미용실을 다니면서 팔기 시작했죠."
직원 없이 혼자 나선 데다 현지 업체가 워낙 비싸게 팔고 있었기 때문에 저렴하게 팔아도 이윤이 꽤 남았다. 영세한 작은 업체라도 급하면 먼저 물품을 배송하고 사후결제로 대금을 받는 등 꾸준히 신용을 쌓아나갔다. 드라이기, 세팅기, 파지, 고무줄 등 다양한 미용 집기류도 취급했다. 6개월이 지나자 작은 창고까지 마련할 정도로 주문량이 많아졌다. "욕심이 나더라고요. 한국 제품 중에서 좋은 게 정말 많은데 소개하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직접 대기업(아모레퍼시픽)에 찾아가 헤어 브랜드 아모스 계약을 따내기도 했죠. 창업 1년 만에 호주 전역으로 사업 영업을 넓혔습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한국 제품을 주로 취급하다 보니 현지화에는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미용 등 뷰티 관련 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장품에 눈길이 갔다. 한국 화장품 수요는 있었지만, 당시 호주에는 중국계 상인들이 암암리에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윤 대표는 거금 10억원을 끌어모아 2016년 멜버른 시내 한가운데 30평 규모 화장품 편집숍 '엠 플라자(M PLAZA)'를 오픈했다.
"K뷰티를 알리려고 우선 소통에 힘썼습니다. 당시 스킨케어 중요성을 모르거나 기초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호주분들이 많아 '10스텝 코리안 스킨케어 루틴' 등 뷰티 강좌를 마련했어요. 회사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이 현지인들에게 '눈썹 다듬기', '쌍꺼풀 만들기', '얼굴 성형(셰이딩)' 등 다양한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인근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매년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노력 덕에 매장을 찾아온 손님의 5%가량도 되지 않았던 호주 손님들이 최근에는 20%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화장품 편집샵 외에도 지난해 아시아계 피부과와 연계해 병원 내 한국식 스킨케어 및 두피케어샵을 운영, 한국식 두피케어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사업은 이제 연매출 7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리모델링 중인 M PLAZA 2층에서는 앞으로 헤어&피부 관리, 메이크업 강좌 등 토털 뷰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유명한 제품 외에도 한국 강소기업의 우수한 제품 등을 빠르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현지 고객들에게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를 줄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죠. 장기적으로는 현지 브랜드들도 함께 취급해 호주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윤재한 오송씨엔에프(OSONG C&F) 대표(사진·37)는 2009년 아내와 돌이 막 지난 딸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가기로 했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 활동을 하던 그는 '진짜 사회'를 경험해보고 싶어 에스트라(옛 태평양제약)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5년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장사'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무대가 좁다고 생각했다. 이민 역사가 짧아 진입 부담이 적고 아시아로도 사업 확장이 용이한 호주를 택해 떠나게 된 이유다.
"큰 자본 없이 이민생활을 시작해서 초기에는 청소, 딜리버리, 픽업 서비스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데다 학교 수업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일상 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미용 도매업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계 미용실을 상대로 체계적으로 미용재료를 공급하는 업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윤 대표는 곧바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행동에 나섰다. 제약회사에서 일 한 경험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그는 당시를 떠올렸다. 뷰티, 헬스,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섯 가지 영역을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다룬다는 의미를 담아 2011년 OSONG C&F를 설립한 것이다.
"첫 사업의 시작은 가정집 차고에서였습니다. 그것도 남의 집 차고였죠(웃음). 모은 돈 일부와 돈을 꿔 마련한 자본금 3000만원으로 두 개의 제품을 인근 미용실에 납품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작은 손수레에 펌제, 염색약, 헤어 에센스 등을 직접 담아 여러 미용실을 다니면서 팔기 시작했죠."
직원 없이 혼자 나선 데다 현지 업체가 워낙 비싸게 팔고 있었기 때문에 저렴하게 팔아도 이윤이 꽤 남았다. 영세한 작은 업체라도 급하면 먼저 물품을 배송하고 사후결제로 대금을 받는 등 꾸준히 신용을 쌓아나갔다. 드라이기, 세팅기, 파지, 고무줄 등 다양한 미용 집기류도 취급했다. 6개월이 지나자 작은 창고까지 마련할 정도로 주문량이 많아졌다. "욕심이 나더라고요. 한국 제품 중에서 좋은 게 정말 많은데 소개하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직접 대기업(아모레퍼시픽)에 찾아가 헤어 브랜드 아모스 계약을 따내기도 했죠. 창업 1년 만에 호주 전역으로 사업 영업을 넓혔습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한국 제품을 주로 취급하다 보니 현지화에는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미용 등 뷰티 관련 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장품에 눈길이 갔다. 한국 화장품 수요는 있었지만, 당시 호주에는 중국계 상인들이 암암리에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윤 대표는 거금 10억원을 끌어모아 2016년 멜버른 시내 한가운데 30평 규모 화장품 편집숍 '엠 플라자(M PLAZA)'를 오픈했다.
"K뷰티를 알리려고 우선 소통에 힘썼습니다. 당시 스킨케어 중요성을 모르거나 기초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호주분들이 많아 '10스텝 코리안 스킨케어 루틴' 등 뷰티 강좌를 마련했어요. 회사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이 현지인들에게 '눈썹 다듬기', '쌍꺼풀 만들기', '얼굴 성형(셰이딩)' 등 다양한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인근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매년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노력 덕에 매장을 찾아온 손님의 5%가량도 되지 않았던 호주 손님들이 최근에는 20%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화장품 편집샵 외에도 지난해 아시아계 피부과와 연계해 병원 내 한국식 스킨케어 및 두피케어샵을 운영, 한국식 두피케어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사업은 이제 연매출 7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리모델링 중인 M PLAZA 2층에서는 앞으로 헤어&피부 관리, 메이크업 강좌 등 토털 뷰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유명한 제품 외에도 한국 강소기업의 우수한 제품 등을 빠르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현지 고객들에게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를 줄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죠. 장기적으로는 현지 브랜드들도 함께 취급해 호주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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