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高유가 충격에 대비하고 있나
출범 1주년을 맞아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종합적으로 보면 작년 3.1%의 성장률은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다만 이런 성적표는 글로벌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비약적 증가와 설비투자 증가에 기인한 결과였다.

이런 와중에 최근 들어 고용이나 생산 등의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용 면에서는 더 좋지 않다. 청년실업률은 11.5%로 2년 만에 최고치다. 숙박 및 음식업에서 작년 12월 취업자 수가 폭락한 후 계속 감소 중이다.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자리 정책, 그중에서도 청년층과 서민층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공장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70.8%에 머물렀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경제 회복이 어떤 속도로 얼마만큼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환율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미국의 성장이 우리나라 성장을 견인하는 정도는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획재정부가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같은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를 가장 큰 대외 위험요소로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한 가지 위험 요인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유가(油價)다. 유가는 2014년 말 배럴당 30달러 아래에서 바닥을 친 후 50달러 선을 유지하다가 작년 3분기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으로 7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대 후반에 이르렀다. 올해만 20% 정도 가파르게 올랐다.

이렇게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면서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문가들 전망을 보면 유가가 더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무게를 가지지만 정상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병존하고 있다. 그만큼 유가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과거 ‘이란 콘트라 사건’ 때와 같이 유가는 중동의 정치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란 핵협정 파기로 인한 중동의 정세는 악화일로다. 최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족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이 골란고원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하면서 시리아에 있는 이란군 거점을 타격했다.

이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라 일부에서는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대에 이를 것이란 극단적 예측도 내놓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가 원유 생산을 매일 60만 배럴씩 줄인 데 더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오는 20일로 예정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불공정 선거라고 규정하고 선거를 유보할 것을 권유하면서 정세가 더 불안해지고 있는 것도 공급 감소 요인이다.

최근 이런 공급 부족에 대응해 사우디가 증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의 최대 국유회사인 아람코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유가 상승을 견제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는 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미국이 셰일가스를 포함해 얼마만큼 증산할지가 유가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텍사스 유전은 모든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최대치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유가 향방은 셰일가스 업체들이 얼마나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와 같은 상품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요가 조정받고 있다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는 정부가 전략적인 이유로 비축하고 있는 원유를 시장에 내놓는 것인데, 이 역시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종합하면 유가가 추가적인 상승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견제 요소 역시 상존하는 만큼 올해와 내년 초까지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은 확실하다. 우리 경제 역시 이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ahnd@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