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2015년 4월 도입한 ‘재화용역세(GST)’를 다음달 1일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6%인 GST 세율을 0%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종전 소비세(SST)를 재도입할 방침이다.

GST는 제조사, 도매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등 생산·유통의 각 단계에서 모든 제품 가격에 붙는 세금으로 세율은 6%다. 종전 SST(세율 5~10%)가 소비자나 제조사에만 부과된 것과 차이가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5년 유가 하락으로 세수가 급격히 줄자 기존 SST를 폐지하고 GST를 도입했다. 올 한 해 GST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은 438억링깃(약 12조원)으로 추산됐다. 말레이시아 전체 세입의 18.3%에 달한다.

하지만 국민 사이에선 GST 도입으로 물가가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2~3%대였던 말레이시아 물가상승률은 GST 도입 이듬해인 2016년 초 4.2%로 치솟았다.

GST 도입을 주도한 나집 라작 전 총리가 국영투자펀드 1MDB에서 수십억달러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패한 정부의 재정난을 서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지난 9일 총선에서 61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배경 중 하나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