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정상이 이란 핵협정을 준수하고 이란과 경제 협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핵협정에서 탈퇴해 이란 제재를 재개한 미국과 각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이날 미국의 제재를 피하지 못한다면 약 5조원 규모의 이란 가스전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유럽 기업은 이미 이란에서 발을 뺄 조짐이다. 유럽이 독자적으로 이란 핵협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EU 정상들은 16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만나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협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란이 합의를 지킨다면 EU도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란 핵협정 등과 관련해 유럽이 단합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적보다 못한 친구”라고 깎아내렸다.

EU 정상들은 미국의 이란 제재로부터 유럽 기업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란에 투자한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지키고 유럽과 이란의 경제 협력도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이란 核협정 준수 선언한 날… 佛 토탈 "美 제재 못 막으면 철수"
미국과의 통상 갈등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럽 기업들은 이란 관련 사업을 줄이고 있다. 토탈은 미국의 이란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토탈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이란 국영석유회사 산하 페트로파르스와 함께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규모가 총 48억달러에 달하는 이 사업에 토탈은 지분 50.1%를 갖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날 “토탈이 철수하면 CNPC가 토탈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자회사 머스크탱커는 이란산 원유 수송과 관련한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 독일 에너지기업 빈터셸은 원유개발 사업을 함께 해온 이란 측 파트너사에 자금 조달을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다.

덴마크 해운사 톰은 “미국이 제재를 재개하기로 해 이란에서 새로운 계약은 맺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