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재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김학재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사진)는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면 ‘이제 죽는구나’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방사선 치료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폐암, 식도암, 부인암 등의 환자를 방사선을 이용해 치료하는 의사다. 치료가 어려운 암 환자는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의료진이 모여 치료 결정을 한다. 김 교수는 “여러 진료과가 모인 협진 치료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우리 병원의 장점”이라고 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는 크게 네 가지 군으로 나뉜다. 암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하는 환자, 수술 등으로 암을 없앤 뒤 보조 치료를 받는 환자,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환자 등이다.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을 없애는 방사선 수술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조기 폐암 환자 중 나이가 많거나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는 방사선으로 암을 없앤다. 폐암뿐 아니라 척추암, 전이성 간암 등도 방사선 수술로 치료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절개 수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적다. 김 교수는 “영상의학이 발달하면서 종양 모양에 맞게 방사선을 쬐는 정확도가 높아졌다”며 “이전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부작용이 줄었다”고 했다.
미국 등에서는 암 외에 다른 치료에도 방사선이 쓰인다. 심장 부정맥 환자를 방사선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방사선 조사 속도를 높여 정상 조직에 영향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방사선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이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하고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 중입자 치료기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암 환자는 한국에 도입되지 않은 중입자 치료를 받으러 일본, 독일 등으로 떠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양성자, 중입자를 꿈의 암치료기라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은데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소아암 환자는 양성자 치료를 받으면 분명히 효과가 더 좋지만 모든 환자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방사선 치료기가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방사선 세기를 구역에 따라 다르게 조절해 정상 부위에는 노출을 줄이고 암 부위엔 노출을 늘리는 방법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장, 식도, 두경부 등의 방사선 치료 부작용은 많이 사라졌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종양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치료하는 기기도 나왔다. 직장암, 식도암 등은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해 암을 줄인 뒤 수술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환자가 몇 기인지 확인하는 것에서 암 치료가 시작된다”고 했다. 방사선 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찾아와도 암 병기를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의료진에 의뢰해 진찰을 받도록 부탁하는 이유다. 그는 “방사선 치료 뒤에도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의 진료가 필요하다”며 “방사선 치료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