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아빠는 배성우, 엄마는 배종옥, 할아버지는 이순재였다. 연기로는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 대선배들과의 촬영이 힘들지 않았을까. 그는 “촬영하는 순간마다 많이 배웠고, 촬영장에 있는 게 즐거웠다”고 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라이브’(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에서 오송이를 연기한 배우 고민시(23)다. 2016년 웹드라마 ‘72초 TV’로 데뷔한 그는 “대선배들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됐다”며 “라이브는 나를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 TV 연기대상 등 시상식을 보면서 막연히 배우를 꿈꿨어요. 상을 받는 배우들을 보면서 훗날 저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죠. 드라마와 영화가 아니라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고 연기자를 꿈꿨다니, 독특하죠? 하하.”

하지만 배우가 되는 방법을 몰랐고 부모님의 반대로 고교생 때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웨딩산업이 잘될 때라 웨딩플래너 일을 시작했지만 마음 한편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꿈을 위해 무작정 대전에서 상경했다.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예술대 입시 준비부터 시작했어요. 부모님도 제가 간절히 바라니까 반신반의하면서 1년만 해보라고 하셨죠. 여러 작품과 기획사 오디션을 찾아다니다 좋은 기회를 얻어 웹드라마를 찍게 됐습니다. 그 작품을 보고 현재 소속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죠. 지금은 부모님이 누구보다 좋아하고 응원해주세요.”

미스틱에 들어온 이후 고민시는 지난해 SBS ‘엽기적인 그녀’, JTBC ‘청춘시대2’, OCN ‘멜로홀릭’에 연달아 출연했다. 지난 3월 만난 라이브는 그에게 행운이었다. 탄탄한 극본으로 인정받는 노희경 작가 작품인 데다 연기력이 탁월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이다. 고민시는 “오디션을 보고 아쉬움이 남아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합격 연락을 받고 믿어지지 않았다”며 “대선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지만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극 중 송이는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장면으로 주목받았다. 이를 목격한 아빠 오양촌(배성우 분)이 남자친구를 폭행하자 송이는 휴대폰으로 112에 신고하려고 했다. 시청자는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며 호평했고, 고민시라는 배우에게도 관심을 두게 됐다.

“촬영 전부터 파장이 클 것 같아서 걱정했어요. 장면이 워낙 자극적이어서 넘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배성우 선배님의 생생한 연기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아빠를 찾아가서 화해하는데,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예요. 서툰 표현방식이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었거든요.”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물으니 이순재와 배성우가 같이 연을 날리는 장면을 꼽았다.

글=김하진/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