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한다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계속 나라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이 안 되면 (정권이 축출된) 리비아 카다피 모델이 북한에 거의 확실히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 모델이 전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초토화했다”고도 말했다. 카다피 정권은 2003년 미국과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뒤 2006년 경제제재에서 벗어났으나 2011년 서방세계가 지원한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축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직접 거론하며 김정은의 안전 보장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북 정상회담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중국(다롄)을 다녀온 뒤 완전히 바뀌었다”며 “시진핑 주석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체제 보장 약속과 함께 정권 초토화라는 경고를 함께 던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