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곳곳에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 16일 낮 12시. 정릉천 상류인 하월곡동 하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남성이 오후 12시24분께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는 3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국지성 호우'에 인명·재산피해 컸는데… 기상청 "예측 힘들다"
당시 기상청은 단기예보로 사고 지역에 시간당 1~3㎜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낮 12시10분부터 10분 사이에 내린 강수량만 16㎜였다. 해당 지역엔 호우특보가 발령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서울시와 성북구도 비가 쏟아지자 즉시 경보를 울렸지만 이미 늦었다. 같은 날 경기 용인시 금학천 다리 밑에서 잠을 자던 노숙자가 오후 2시1분 물에 휩쓸려 실종돼 다음날 오후 3시7분에 발견됐다. 용인시 관계자는 “오후 1시40분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30분 새 강수량이 50~60㎜에 달했지만 해당 시간대 호우 특보는 없었다”고 했다. 기상청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건 비가 쏟아진 뒤인 2시20분이었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내린 비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강원 202.5㎜, 경기 158.5㎜, 서울 138㎜다.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30~50㎜의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 탓에 피해가 컸다. 경기 포천천 징검다리에서도 지체장애인이 숨진 채 발견됐고, 강원 인제 소양호에선 낚시 보트가 뒤집혀 60대 남성이 실종됐다. 이번 비로 인한 사망자는 3명, 실종자는 1명이다.

재산 피해도 컸다. 76개 가옥과 2개 공장 등 120동의 건물이 물에 잠겼다. 강원 평창에선 67개 주택이 침수됐고, 하천 범람 우려로 저지대 주택에 사는 137명이 임시주거시설로 피신했다. 서울에서도 종로구 대학로 파출소 담벼락이 무너지고, 은평구 신사동의 빌라 석축이 내려앉았다.

집중호우가 예보보다 심각했고 이에 따라 인명피해도 컸지만 기상청은 지역별 동네별 국지성 폭우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국지성 폭우를 동반한 비구름이 어디서 생길지 알 수 없고, 이번 폭우의 경우 이동 속도가 빨라 단기예보를 내리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같은 대기 조건이어도 ‘불씨’처럼 어디서 비구름이 발생할지 모르고 발생하면 급격하게 커진다”며 “강화도에서 빠르게 성장한 비구름이 서울로 오는 데 2시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 동네별 강수량을 예측하는 건 현재 기술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주말 날씨는 남쪽에서 올라온 따뜻한 고기압이 내려가고 북한 측 고기압이 내려오면서 구름만 끼고 온도는 다소 내려갈 전망이다. 주 중반에 기압골이 빠르게 통과하면서 반나절이나 하루가량 비가 예상되지만 국지성 폭우는 없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