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에겐 너무 머~언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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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종 국무회의 상관없이 대부분 서울에 머물러
국무회의 대부분 서울서 개최
26회 중 4회만 세종서 열어
김영록·김은경 출석률 높은 편
"국회 수시로 불려가는데 우리라고 싫어서 세종 안가겠나"
공무원들 "이게 뭐 하자는 건지…"
서울·세종 오가며 업무 보고
물리적 거리 늘어나 사기 저하
세종 교통·편의시설 아직 미비
국회 분원도 매번 말만 무성
국무회의 대부분 서울서 개최
26회 중 4회만 세종서 열어
김영록·김은경 출석률 높은 편
"국회 수시로 불려가는데 우리라고 싫어서 세종 안가겠나"
공무원들 "이게 뭐 하자는 건지…"
서울·세종 오가며 업무 보고
물리적 거리 늘어나 사기 저하
세종 교통·편의시설 아직 미비
국회 분원도 매번 말만 무성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6일 세종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왜 이렇게 서울에 많이 있냐”고 장관들을 호되게 질책한 게 화제가 됐다. 당시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는 두 명만 나타났고, 나머지 16명이 전부 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연결돼 ‘내각 군기반장’으로 소문난 총리로서는 화가 날 만도 했다. 이 총리의 질타에 한 주 뒤 세종에서 열린 회의에는 장관들이 우르르 몰려가 총리에게 어색하게 인사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한 장관은 사석에서 “우리라고 해서 세종에 내려가기 싫어서 안 내려가겠냐”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수시로 부르면 곧바로 달려가야 하고, 청와대가 소집하는 회의에도 참석해야 하는 만큼 물리적으로 세종에 내려가 오래 머물 형편이 못 된다는 얘기였다.
“세종에서 더 머물고 싶지만…”
따져보니 이 총리부터 서울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행정안전부를 통해 국무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 내각이 완성된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이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한 횟수는 총 26회로, 이 가운데 세종에서 주재한 경우는 4회에 불과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형권 1차관이 대참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기간 국무회의 때 한 번도 세종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13회)이 세종회의실에 가장 많이 출석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8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각 6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5회)은 그나마 세종시에 머물면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비율이 높은 축에 속했다.
결국 이 총리는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는 서울에서, 목요일에 열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는 세종에서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관들을 세종에서 더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역으로 장관들에게 매주 화요일 ‘서울 근무’를 보장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직일수록 세종 머무는 시간 짧아
각 부처에서는 장관이 세종시에 머무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부처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고 서울에서 열리는 현안 회의가 많지만 장관이 되도록 세종에 있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국토부도 “장관이 주 1~2일 세종시에 있지만 지방 출장이 많고 국회 일정 참석 때문에 이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장관들의 ‘의지’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세종에서 자주 보인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조차 세종 체류 일수가 주 3일 내외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1주일에 4일은 세종에 머무르려고 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장관들이 서울에 있으니 고위 공무원일수록 세종에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1급 공무원은 1주일 중 1일만 세종에 머물러서 1급이다. 2급은 2일, 3급은 3일, 4급은 4일 머문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M자 동선도 종종 그린다”고 말했다. 오전에 서울에서 국회 일정이 있어 세종에서 올라갔다가 점심 약속이 있어 세종시로 복귀한 뒤, 오후에 서울에서 대면보고를 하고 밤에 세종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같은 동선이 서울에서 시작되면 ‘W’를 그린다. 경제부처 C과장은 얼마 전 KTX 막차를 놓쳐 수십만원을 내고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세종으로 복귀했다. C과장은 “내려오는 택시 안에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며 실소했다.
세종시 이전 놓고 ‘눈치싸움’만
아직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은 부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공무원도 많다. 행안부가 주 타깃이다. 한 실장급 공무원은 “세종시 구조를 설계한 행안부가 전 부처 중에서 가장 늦게 내려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가장 먼저 내려와 직접 세종시에서 생활하면서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들이 서울에서 탁상행정을 해 도시계획에 허점이 많다는 불만이다. 교통 문제가 대표적이다. 세종청사 기재부 인근은 퇴근시간만 되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다. ‘차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로 폭을 좁혔다지만 대중교통이 턱없이 부족해 ‘차 없으면 안되는 도시’가 됐다는 농담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국회 세종시 이전이 종종 거론되지만 매번 흐지부지됐다. 올해 예산에 세종 분원 설치 명목으로 2억원이 반영됐지만 “기대도 안 한다”는 공무원이 대다수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의원들이 내려오려고 하겠느냐”며 “미루고 미루다 예산정책처 등 일부 조직만 내려보낸 뒤 공약을 지켰다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성수영/조미현/서기열 기자 syoung@hankyung.com
“세종에서 더 머물고 싶지만…”
따져보니 이 총리부터 서울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행정안전부를 통해 국무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 내각이 완성된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이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한 횟수는 총 26회로, 이 가운데 세종에서 주재한 경우는 4회에 불과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형권 1차관이 대참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기간 국무회의 때 한 번도 세종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13회)이 세종회의실에 가장 많이 출석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8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각 6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5회)은 그나마 세종시에 머물면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비율이 높은 축에 속했다.
결국 이 총리는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는 서울에서, 목요일에 열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는 세종에서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관들을 세종에서 더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역으로 장관들에게 매주 화요일 ‘서울 근무’를 보장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직일수록 세종 머무는 시간 짧아
각 부처에서는 장관이 세종시에 머무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부처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고 서울에서 열리는 현안 회의가 많지만 장관이 되도록 세종에 있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국토부도 “장관이 주 1~2일 세종시에 있지만 지방 출장이 많고 국회 일정 참석 때문에 이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장관들의 ‘의지’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세종에서 자주 보인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조차 세종 체류 일수가 주 3일 내외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1주일에 4일은 세종에 머무르려고 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장관들이 서울에 있으니 고위 공무원일수록 세종에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1급 공무원은 1주일 중 1일만 세종에 머물러서 1급이다. 2급은 2일, 3급은 3일, 4급은 4일 머문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M자 동선도 종종 그린다”고 말했다. 오전에 서울에서 국회 일정이 있어 세종에서 올라갔다가 점심 약속이 있어 세종시로 복귀한 뒤, 오후에 서울에서 대면보고를 하고 밤에 세종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같은 동선이 서울에서 시작되면 ‘W’를 그린다. 경제부처 C과장은 얼마 전 KTX 막차를 놓쳐 수십만원을 내고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세종으로 복귀했다. C과장은 “내려오는 택시 안에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며 실소했다.
세종시 이전 놓고 ‘눈치싸움’만
아직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은 부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공무원도 많다. 행안부가 주 타깃이다. 한 실장급 공무원은 “세종시 구조를 설계한 행안부가 전 부처 중에서 가장 늦게 내려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가장 먼저 내려와 직접 세종시에서 생활하면서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들이 서울에서 탁상행정을 해 도시계획에 허점이 많다는 불만이다. 교통 문제가 대표적이다. 세종청사 기재부 인근은 퇴근시간만 되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다. ‘차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로 폭을 좁혔다지만 대중교통이 턱없이 부족해 ‘차 없으면 안되는 도시’가 됐다는 농담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국회 세종시 이전이 종종 거론되지만 매번 흐지부지됐다. 올해 예산에 세종 분원 설치 명목으로 2억원이 반영됐지만 “기대도 안 한다”는 공무원이 대다수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의원들이 내려오려고 하겠느냐”며 “미루고 미루다 예산정책처 등 일부 조직만 내려보낸 뒤 공약을 지켰다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성수영/조미현/서기열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