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이들을 좋아했던 A씨는 4년 전 여동생과 함께 소규모 키즈카페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키즈카페 오픈을 할 때까지만 해도 자재 하나하나 A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애착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키즈카페를 오픈한 첫날 아이 엄마들이 들어와 '입장료가 비싸다', '마키야또가 달아서 못 먹겠다', '맘카페와 제휴를 맺어라', '수유실에는 물티슈를 테이블 별로 놓아달라'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쏟은 음료를 방치하는 것은 물론 뻥튀기 쏟아뜨리기, 아이들이 토한 것 두고 가는 것 등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첫 날 부터 호되게 당한 A씨는 손님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커피 리필도 해주고 직원들 먹으려고 사둔 머핀과 쿠키도 제공했지만 나중에서야 '지속적이지 않은 베풂은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저귀 가는 부모에게 '수유실을 이용해달라'고 부탁하면 다음날 맘카페에는 "○○ 키즈카페에서 손님에게 화를 냈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A씨는 "아이 어머님들만 그런 건 아니었다. 맘충 맘충 하지만 키즈카페를 찾은 아버님들도 만만치 않았다"면서 "외부 음식 반입은 안된다고 말하면 '내가 알아서 한다'고 화를 내거나 욕하는 아버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오픈 2년이 지나자 질릴 대로 질린 A씨는 어지간한 일에는 화도 내지 않게 됐다.
주문 새치기를 하거나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려도 그러지 않는 아이라고 막무가내인 부모들은 셀 수도 없었다. 리필이 안된다고 하면 지폐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가는 부모도 있었다.
A씨는 "아이는 급하면 바닥에 쉬를 할 수 있지만 그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며 아이만 데리고 나가면 그 소변은 결국 우리가 치워야 했다"면서 "'계란 프라이 해주세요, 아이 먹이게 밥 좀 더주세요'는 기본이고 아이 분유라고 하더니 텀블러에 커피를 먹는 분 등 다양한 부모를 상대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말했다.
심적으로 지친 A씨는 병원에 갔다가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키즈카페를 접은 후에도 아이와 엄마가 무리 지어 있는 모습만 봐도 공황장애가 와서 약을 먹어야 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키즈카페를 접었지만 지금도 엄마들과 싸우는 악몽을 자주 꿀 정도다.
A씨는 "맘카페 모임이 힘이 세다고 하지만 '아르바이트생 별로더라', '우리 애한테 웃어주지도 않는다' 등 모함을 멈춰줬으면 좋겠다"면서 "4년간 이런 분들만 만난 건 아니고 좋은 엄마 아빠들도 많았지만 그런 분들의 응원에 힘내서 키즈카페를 계속하기엔 제 멘탈이 약했다. 이렇게 글을 적는 이유는 당신의 아이들도 소중하지만 그 아이들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상대로 장사나 아르바이트,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서다"라고 맺었다.
네티즌들은 "진짜 고생했다. 키즈카페 자주 가는데 주인은 아니어도 고작 두 세 시간씩 있다 오는데도 너무 힘들더라. 맘충은 본인이 맘충인거 모른다", "식당 운영하는데 나도 다 접고 이런 글 쓸 날을 기대해 본다. 직원들 속 썩이고 진상 손님은 넘쳐나고 밤마다 술밖에 위로할 방법이 없다", "너무 공감돼서 울 뻔했다. 우울증 걸린다는 말 공감된다", "글만 봐도 힘들고 지친 마음이 느껴진다. 앞으로 즐겁게 생활하긴 바란다"는 글들로 A씨를 위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