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종료를 왜 지진 난 것처럼 긴급재난문자로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어요.
지진 트라우마 때문에 가뜩이나 노이로제 수준인데…"
재난재해 발생 때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지역 내 모든 주민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생 사실을 알려 신속하게 대피하거나 대응하도록 하는 긴급재난문자 서비스가 논란을 빚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국지적 자연재난과 긴급 상황 판단이 필요한 재난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송출 승인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준 이후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시는 휴일인 지난 6일 오후 2시 54분께 "우천으로 오후 2시 30분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이 종료되었으며, 오후 4시 이후 도심 교통통제가 해제될 예정"이라고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오전 6시 17분부터 불과 4분 사이에 3차례 같은 내용의 경보음과 함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전날 오후 10시 기존 미세먼지 경보를 주의보로 전환한 데 이어 오후 11시에 주의보도 해제했으니 실외활동에 참고하라는 것이었다.
긴급하다고 보기에는 이미 7시간이 훨씬 지난 상황이었고, 문자가 발송된 시간도 시민들이 잠에서 채 깨기도 전인 새벽이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컸다.
게다가 규모 면에서 역대 1, 2위를 차지한 2016년 9월 경주 지진과 작년 11월 포항 지진에 이은 잇따른 여진으로 재난문자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불안감을 보인 일부 시민들의 반응은 짜증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주부 박모(50)씨는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그때그때 상황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재난문자를 운영해야 하는데 공무원의 행정이 너무 경직되고 기계적인 것 같다"며 "지진도 아니고 축제가 끝났는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달 17일 낮 12시 14분과 32분에는 경북 안동시가 재난문자를 두 차례 잇따라 발송했다.
처음에는 "풍산읍 마애리 음식물자원화시설 대형화재로 가스가 발생 중"이라고 했다가 18분 뒤 발송한 두 번째 문자에서 '가스'를 '대량의 연기'로 바꿨다.
그러나 불은 인명 피해 없이 파쇄 목재(우드칩) 170㎡만 태운 경미한 화재였다.
문자 발송 시점도 소방 당국이 초동 진화를 마무리하고 잔불을 정리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인 지난 2월에는 "긴급재난문자가 올림픽을 찾은 선수와 언론인, 관람객 등 수천 명에게 공포와 혼란 또는 단순히 짜증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실리기도 했다.
신문은 일주일 사이 평창 일대에서 최소 14건의 긴급재난문자가 날카로운 경보음과 함께 전해졌고 강릉 올림픽파크 주변에서는 하루 동안에만 8건의 문자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재난문자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자 잦은 실수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 대구시는 최근 행안부에 재난문자 송출 시스템 기술 개선을 건의키로 했다.
대구시민 김모(36)씨는 "재난문자가 유용한 점도 있지만 솔직히 최근에는 공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작 중요한 재난 발생 때 시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