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대 학위수여식…"트럼프 연설 때보다 청중 많아" 농담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전투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잠재적인 적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린치버그에 있는 리버티 대학 학위수여식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예를 들며 이같이 조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국제적 긴장도를 높이고 있는 핵 문제에 대응하려면 '전투 모드'로 상대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서로 잘 어울리는 자세가 함께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카터, 북한·이란 핵해법 조언… "전투 대신 어울려야"
미국은 최근 우방인 유럽 주요국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해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합의 당사자인 이란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재개하겠다며 미국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과는 비핵화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 재고를 경고하면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맞서 싸울 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열등한 사람들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북한을 전격 방문해 북미 협상의 물꼬를 마련한 바 있다.

2010년 2차 방북 때는 억류 미국인의 사면을 끌어내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이 대학 학위수여식 연설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리버티 대학의) 제리 폴웰 총장이 나에게 오늘 청중 수가 작년보다 많다고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인정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100만 명 인파' 발언 논란을 연상시켰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식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크게 적은 25만 명 정도 인파가 모였다는 보도가 나오자 "100만∼150만 명은 돼 보였다"며 언론이 '거짓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최대 기독교 계열 대학인 리버티 대학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유명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 대학의 학위수여식 연설을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는 세 번째 연설자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여성 차별 해소 등 인권과 평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아울러 남아 선호 사상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는 여아들과 국제적 인신매매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