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
구본무 LG 회장
LG그룹 3세 구본무 회장이 20일 오전 9시 52분 향년 73세로 타계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받은 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해 이달 초 서울대 병원에 다시 입원했고, 건강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며 20일 운명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씨와 자녀로 구연경씨, 구연수씨 두 딸과 아들 구광모씨가 있다. 김영식씨는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이다. 2004년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씨를 양자로 입적했다. 구광모씨는 현재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 상무으로 신사업을 맡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주)LG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LG는 다음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5명의 동생이 있다. 남동생으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여동생으로 구훤미씨와 구미정씨가 있다.
1997년 잭웰치 GE회장 접견 중인 구본무 회장
1997년 잭웰치 GE회장 접견 중인 구본무 회장
그는 연세대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해 애쉬랜드대학과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에서 각각 경영학을 전공한 뒤 귀국, 1975년 ㈜럭키에 입사하는 것으로 기업 활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과장, 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면서 럭키와 금성사의 기획조정실 등 그룹 내 주요 회사의 영업, 심사, 수출, 기획업무 등을 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실무경력을 쌓았다.

특히 1985년 이후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전무와 부사장의 직책을 맡아 그룹경영 전반의 흐름을 익히는 기회를 가졌고, 1989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수업을 본격화했다.

1989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돼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경제 및 경영 전반에 대해 논의하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대외 활동의 보폭을 넓혔다.

구 회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덕장'으로 꼽힌다. 그는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묵묵한 기다림과 특유의 포용력으로 온화한 이미지를 굳혀왔다. 여기에 미래 사업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면 누구보다 공격적인 추진력을 보여왔다는게 LG 그룹 안팎의 평가다.

구 회장의 취임 3년 만인 1997년 고비가 찾아왔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998년 말, 정부 주도의 빅딜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겨줘야 했다. 당시 구 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바로, LCD였다. LG전자와 LG반도체로 흩어져 있던 LCD사업을 하나로 뭉쳐, 별도의 전문기업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다.
2014년 LG전시관을 찾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구본무 회장
2014년 LG전시관을 찾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구본무 회장
그 이후 20년간 약 40조원의 투자를 쏟아온 결과,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패널 분야에서 20조원 대의 연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4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하며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연구개발(R&D)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LG트윈스 구단주로 활동하면서 자율경영을 구단 운영에 접목해 '깨끗한 야구, 이기는 야구'를 표방, 창단 첫해인 1990년 시리즈에서 예상을 뒤엎고 우승하는 신화를 이뤄냈다.

이후 동생 구본준 부회장에게 구단주 자리를 물려줬지만 1년에 몇 차례는 직접 경기장을 찾았고, LG트윈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구느님'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말에 동료들과 낚시와 골프를 즐기지만 '탐조(探鳥)'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고인은 집무실에 망원경을 두고 트윈타워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의 밤섬에 몰려드는 철새를 즐겨 감상했다고 한다.

소탈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예의를 잘 지켜 고인을 대해본 사람들은 인간미와 친근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시간관념이 철저해 정해진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대화를 할 때 자신의 얘기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故 구본무 LG 회장 프로필

○생년월일: 1945년 2월 10일

○학력
- 1972년 美 애슐랜드(Ashland) 대학교 경영학 학사
- 1974년 美 클리블랜드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주요 경력
- 1975년 LG화학 심사과장
- 1977년 LG화학 수출관리부장
- 1979년 LG화학 유지총괄본부장
- 1980년 LG전자 기획심사본부장
- 1981년 LG전자 이사
- 1983년 LG전자 일본 동경주재 이사
- 1984년 LG전자 일본 동경주재 상무
- 1985년 LG회장실 전무
- 1986년 LG회장실 부사장
- 1989년 LG 부회장
- 1995년 LG 회장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