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직통전화)’ 통화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현재로선 문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 전 김정은과 핫라인 통화를 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 정상은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양국 간 긴밀한 공조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남측은 물론 미국 측에 강경 태도를 보이는 시점에서 출국을 하루 앞두고 급하게 핫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북한이 최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는 시점에서 김정은과 통화하는 것이 협상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통화를 위한 통화를 하는 것보다는, 어떤 내용으로 통화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핫라인 말고도) 다양한 채널이 있으니 이를 통해 정확한 뜻을 파악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특히 최근 북한이 남북한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데 이어 탈북 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하는 등 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신중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가동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과의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에서 한 얘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