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불균형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공동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일단 갈등을 봉합한 모습이다. 하지만 중국 미국이 주요 수출시장인 우리나라로서는 이래저래 걱정이다. 미·중이 무역갈등을 벌일 땐 불똥이 튈 것을 염려했지만, 양국이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취하는 인위적인 조치 또한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 공동합의문은 이런 우려를 갖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상품·서비스 구매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양국은 미국의 수출 확대 품목으로 ‘농산물’과 ‘에너지’를 명시했지만 이것만으로 미국이 목표로 하는 200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축소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양국이 공개하지 않은 다른 품목까지 포함해 은밀한 약속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미국에 제시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는 그런 맥락에서 심상치 않다. 이게 사실이면 지난 3월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위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확대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 된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수출이 68%를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가 ‘유탄’을 맞는 건 시간문제다.

양국 간 무역협상에서 반도체가 거론될 정도면 다른 정보기술(IT) 첨단제품 또한 예외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의 미국산 첨단제품 구매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완화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중국은 중국대로 기술추격에 가속도를 붙일 기회로 삼을 게 틀림없다. 여기에 전기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에 요구해온 자국 기업의 시장진입 규제 철폐가 앞당겨지면 중국시장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질 것 또한 자명하다. 미·중 간 무역전쟁만큼이나 ‘무역담합’이 국내 기업에 미칠 위협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