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 위해 일하거나 이라크·파키스탄·일본 등 취약지 출신 발탁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는 추기경회의에 자신의 색채를 더욱 강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현지시간) 일요 주례 미사 동안 14명의 고위 성직자를 새 추기경으로 임명했다고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약자·취약지 중시 드러낸 교황 인사… 새 추기경 14명 임명
신임 추기경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거나 가톨릭교도가 소수인 곳에서 일하는 성직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반면 가톨릭 세가 강한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서 일하는 성직자들은 대체로 낙점을 받지 못했다.

폴란드 출신 콘라드 크라제프스키 신임 추기경의 경우 성베드로의 바실리카 부근에 샤워시설을 설치한 것을 포함해 다수의 로마 노숙자 지원 활동을 감독하는 바티칸의 구호조직을 이끌어왔다.

또 가톨릭교도가 소수로 취약지인 이라크와 파키스탄, 일본에서 활동하던 성직자들이 발탁됐다.

바그다드 대주교인 루이스 사코의 경우 2002년 이래 신변 위협 및 차별 속에서 3개의 이라크 교구를 이끌어왔으며, 종종 이라크 내 거친 환경을 논의하기 위해 교황을 만났다.

일본의 경우 오사카 대주교인 토마스 아퀴나스 만요가 추기경으로 승진했다.

전통적으로 다수의 추기경을 배출했던 이탈리아에서는 베네치아와 토리노 같은 주요 도시보다는 인구 7만의 중부 소도시 라퀼라에서 배출됐다.

또 미국의 필라델피아와 로스앤젤레스의 대주교들도 승진하지 못했다.

교황은 이날 새 추기경들의 출신은 "지구 위의 모든 사람을 상대로 신의 자비로운 사랑을 계속해서 알리는 교회의 보편성(universality)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3년 남미 출신으로는 최초로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81)는 이번에 5번째로 추기경 승진인사를 했고, 매번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해온 성직자들을 추기경으로 뽑았다.

그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추기경이 나온 곳만 라오스와 통가를 포함해 10개국이 넘는다.

이번에 임명된 추기경들이 내달 공식 취임할 경우 추기경 수는 모두 125명이 된다.

이는 교황 요한 바오로 6세가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회의) 참석자 수로 설정한 최대 120명을 5명 넘는다.

교황은 또 취임 후 모두 59명의 추기경을 임명했고, 이는 전체 추기경 수의 47%를 차지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