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유한양행의 뉴오리진 1호점을 찾은 한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빻아 음식에 뿌리고 있다. 양병훈 기자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유한양행의 뉴오리진 1호점을 찾은 한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빻아 음식에 뿌리고 있다. 양병훈 기자
국내 1위 제약회사 유한양행이 지난달 첫선을 보인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위한 체험형 컨셉트 스토어 ‘뉴오리진’을 연내 추가 개점하기로 했다. 서울 홍대입구나 가로수길 등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에 출점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중·장년층이 먹는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젊은 층을 수요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여의도 IFC몰에 있는 뉴오리진 1호점의 첫달 방문객이 2만5000명을 넘어서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식음료로 확장

제약 1위 유한양행의 새 다짐 "이젠 건강을 팔겠다"
유한양행이 뉴오리진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소비자가 유기농 재료로 만든 빵을 주문하면 매장 한쪽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코너로 안내하고 여기서 알약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을 고르게 한다. 막자사발로 알약을 빻아 가루로 만든 뒤 음식에 뿌려 먹는 것도 소비자의 몫이다.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알려주는 효과는 물론 이색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유한양행은 뉴오리진에서 취급하는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건강에 이로운 식재료, 음료, 목욕용품 등도 판매할 계획이다. 사막소금, 비정제 설탕 등 식재료는 판매 중이고 곧 유정란도 들여놓을 예정이다. 연말에는 호주 유제품업체 더A2밀크컴퍼니의 ‘A2밀크’를 추가할 예정이다. 소화가 잘되고 알레르기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모유 성분 A2베타카제인이 들어 있는 제품이다. 비누 등 목욕용품 판매도 검토 중이다.

유한양행은 의료기기와 화장품 사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해 국내 임플란트 제조사 워랜텍의 지분 3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치과 용품과 디지털 의료장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전문 자회사인 유한필리아를 설립하고 유아용 스킨케어 브랜드 ‘리틀마마’를 내놨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건강한 삶이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창사 100주년인 2026년을 앞두고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위한 장기 포석”

유한양행은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외국산 약의 국내 판권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원외 처방액 기준으로 상위 20개 수입약 가운데 5개가 유한양행이 판매한 제품이었다. 제네릭(복제약) 등에 주로 의존하는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약 개발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유한양행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18개다.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YH25448)는 연내에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고 나머지는 전임상이나 1상 단계다. 기존 약보다 복용하기 편하거나 약효가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개량신약도 10여 개 개발 중이다. 바이오벤처 등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16개 바이오벤처에 15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유한양행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의약품사업에서 탈피해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약사라고 제약 투자만 해야 한다는 것은 틀에 박힌 편견”이라며 “헬스케어 관련 분야로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