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콘텐츠는 4차 산업혁명의 原油"
“도서관 콘텐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입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도 콘텐츠와 결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21일 만난 허용범 국회도서관장(사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서관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것”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도서관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관장은 지난 2월 ‘국가 중심 도서관 비전 선포식’을 열고 주요 학술 기관의 소장 자료들을 한데 모은 ‘국가 학술정보 클라우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을 통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배포하는 학술정보를 누구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더 이상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전문적이고 검증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보관해 제공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과 도서관이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허 관장은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2009~2010년 초대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21대 국회도서관장에 취임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양대 국립도서관인 국회도서관은 국내 최대 규모인 620만 권의 장서와 2억3000만 면(面)의 원문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20만 권의 책과 수많은 학술·정책 자료가 새로 들어온다.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그는 “도서관을 직접 찾는 사람보다 온라인을 통해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구축과 자료들의 DB화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회도서관은 1999년 학술·정책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6년에는 데이터 분석을 전담하는 데이터융합분석과를 신설했다. 지난달에는 연구데이터센터를 세워 통계청과 함께 융복합 데이터·지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허 관장은 “데이터 디지털화에 연 25억원, 전자도서관 시스템 운영에 100억원 수준의 예산을 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매년 들어오는 자료 중 DB화하는 건 절반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은 자료 DB화에 연 126억엔(약 1200억원)의 예산을 들인다”며 “한국도 디지털화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에는 국회도서관 부산 분관이 첫 삽을 뜬다. 2020년 완공, 2021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관장은 “부산 분관은 도서관과 기록물 보관소, 박물관의 기능을 모두 갖춘 ‘라바키움’ 형태로 데이터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며 “혁신적인 미래 도서관의 모델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