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단어 하나에도 철두철미… 엄격한 글쟁이들의 집념과 열정
쉼표와 맞춤법에 집착하는 잡지사의 교열자와 단어 하나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몇 달간 머리를 쥐어뜯는 사전 편집자. 이들처럼 ‘정확한 글’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언어 노동자’들을 다룬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뉴욕은 교열 중》(마음산책)의 저자는 미국의 권위있는 잡지 ‘뉴요커’의 책임 교열자 메리 노리스다. 쉼표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의 별명은 ‘콤마퀸’. 이 회사에만 있는 직책인 ‘오케이어’를 맡고 있다. 기계적인 교열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저자와 의견을 나누며 인쇄 직전까지 원고를 책임지는 자리다. 책에는 그의 철두철미한 교열 원칙부터 문장 부호에 담긴 의미, 비속어 사용과 관련한 생각 등이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편집증적 교열벽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허먼 멜빌의 작품 《모비딕(Moby-Dick)》의 팬이었던 저자는 이 소설 제목에 왜 ‘하이픈(-)’이 들어가 있는지 수년간 탐구한 끝에 “교열자가 당시의 제목 관습에 따라 넣었다”고 결론짓는다.

유려한 문장가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을 읽다가 ‘방 저쪽에 서 있는 이브의 얇은, 버건디 드레스는 그녀의 배의 윤곽을 살며시 내비쳤다’란 문장에서 쉼표가 불필요해 보였던 그는 결국 설터에게 편지를 쓴다. 노리스는 “콤마는 드레스 속 배의 윤곽선을 강조하고 싶어 일부러 썼다”는 답변을 받아내고야 만다. 쉼표 하나의 쓰임새도 허투루 보지 않는 진정한 콤마퀸다운 면모다. 저자는 자기 일에 대해 “어법과 문학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 갖가지 경험도 필요한 전인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윌북)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제작사 메리엄웹스터에서 20년차 사전 편집자로 일하는 코리 스탬퍼의 에세이다. 사전 편집자는 하루 8시간 침묵 속에서 혼자 일하는 것이 기질에 맞아야 하지만 실상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한 단어가 종이 사전에 찍혀 나오기까지는 정의·교열·상호참조·어원·연도·발음·교열 담당자 등 최소 10명이 넘는 편집자를 거쳐야 한다. “성공해봤자 박수갈채는 받지 못하고, 성실함에 보답받지 못하는 불행한 필멸자들 가운데 사전 편찬자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동성결혼이라는 의미를 포괄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언어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며 좋은 글을 써내는 것이 얼마나 엄중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책들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들의 자부심도 기분 좋게 느껴진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