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퍼주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도지는 고질병이다. 지난 지방선거 땐 주로 좌파 진영 후보들이 초·중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는데, 이번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무상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고교생으로까지 무상급식 확대, 무상교복, 무상교과서, 수학여행비 지원 등이 줄을 잇는다. 청년·노인·주부·엄마·어린이 수당 등 각종 수당 지급 공약도 즐비하다.

하지만 대부분 후보는 소요 재원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정부의 재정여건은 녹록지 않다. 올해 무상급식에 투입되는 예산만 해도 3조5000억여원에 이를 정도로 정부의 재정부담이 커졌다. 처음으로 도입했던 2010년에 비해 약 6.2배로 늘어났다. 지방선거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은 더 악화돼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게 뻔하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자립도는 2001년 57.6%에서 지난해 52.5%로 떨어졌다.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 지자체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식물지자체’나 다름없다. 이렇게 가다간 지자체 파산 사태를 맞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이 공약을 낼 때 재원 조달 방안도 포함하는 ‘페이고(pay-go)’를 법제화해야 한다.

지자체장 후보가 중앙정부 몫의 사업을 공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숱한 논란 끝에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동남권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에 다시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여러 지자체에 걸친 고속화도로, 철도 건설 등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역 유권자를 기만하는 ‘월권공약’이 아닐 수 없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퍼주기 공약’은 더 쏟아질 것이다. 이런 공약들은 세금고지서와 다를 게 없다. 엉터리 공약이 표와 거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선심성 공약의 폐해는 당대뿐만 아니라 자녀 세대에까지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