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대규모 감세에 힘입어 미국 기업의 올 1분기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대폭 증가했다. 기업들이 감세로 늘어난 여유자금을 주주 환원에 쓴 것이다.

CNN은 미국 S&P50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올 1분기에 최소 1780억달러(약 193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지수를 관리하는 ‘S&P다우존스지수’의 보고서를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액수이며 지난해 1분기보다는 34% 늘어난 규모다.

기업별로는 애플이 가장 많은 228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단일 기업의 분기 기준 자사주 매입 액수로는 역대 최대다. JP모간은 올해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액이 총 8000억달러로 지난해 5250억달러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금 두둑한 美기업, 주주환원 파티
배당도 늘었다.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은 올 1분기 미국 기업의 배당이 113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미국 기업의 80%가 지난해보다 배당을 늘렸다. 특히 기술 금융 헬스케어업종의 배당이 큰 폭으로 늘었다.

S&P다우존스지수는 올해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합계가 역대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감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올 1월부터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기업이 해외 법인에 쌓아둔 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내야 하는 세금도 35%에서 12~14.5%로 인하했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 이익이 증가한 것도 주주 환원이 늘어난 배경이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서도 배당액이 늘었다. 야누스헨더슨은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올 1분기 배당은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한 244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감세가 투자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CNN은 “설비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감세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감세 정책의 애초 취지와 달리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크레디트스위스는 S&P500 기업의 1분기 공장 건설, 자본재 구입 등을 합친 자본 지출이 166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