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파리의 유명 화랑 ‘제롬 드 누아르몽’의 개인전에 출품된 이 그림 역시 기존의 인물을 인형 형태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차분한 회갈색 바탕 위에 어릿광대 꼭두각시 인형이 팔을 벌린 모습을 차지게 잡아냈다. 불안에 가득 찬 눈과 목마른 듯 긴 목, 튀어나온 광대뼈 등의 왜곡 과정을 거쳐 현대인의 소외와 불안감을 극대화했다. 꼭두각시 인형의 양손에 들려 있는 오렌지색 공과 녹색 유리병은 우리 시대상을 반영하는 상징적 소재다. 17세기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즐겨 쓰던 대각선 구도의 화면 구성 테크닉을 자신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