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엄마와 마더 리더십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항상 우리들을 챙기느라 바쁘셨다. 딸자식이 많아 서로 티격태격 바람 잘 날 없었던 것인데, 돌이켜보면 잘난 자식이나 못난 자식이나 두루두루 품에 안고 챙겨, 남자 못지않게 세상에서 당당히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키워내려고 그러셨던 것 같다.

시집와 30년째 같이 살고 있는 시어머니께서도 딸들과 며느리인 나를 차별하지 않고 두루두루 품에 안고 챙기셨다. 며느리인 나를 아들 못지않게 최고 산업 역군으로 길러내시며 담금질해주셨다. 병상에서 아기가 돼 버린 지금도 옆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마냥 웃으며 보고 계신다. 하늘과 땅에 있는 두 엄마는 나를 품고 등을 두들기시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끌어 주신다.

리더를 꿈꾸면서부터, 그리고 리더가 되고 난 뒤에도 항상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따르게 만드는 능력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리더는 바로 엄마가 아닐까?

30년 직장 생활하며 유리 천장을 뚫고 임원이 될 수 있었던 열쇠는 최고 팀워크의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똑똑하지만 이기적인 직원, 조금 부족하지만 성실한 직원들이 서로의 빈 곳을 메울 수 있도록 두루두루 품었다. 임원으로서 솔선수범하며 밥상에 둘러앉은 한식구가 되려고 노력했다.

잡초나 송다르크 같은 ‘터프’한 별명도 있었지만, 가장 많이 불렸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별명은 ‘송 엄마’였다. 젊은 주니어 후배들이 불러주던 ‘송 엄마’는 진정 국민을 바라보며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가슴에 품고 또 품고 있는 별명이다.

태어난 나라를 모국(mother land)이라고 한다. 그만큼 엄마란 단어가 주는 따뜻함과 포용의 힘은 강력하다. 마더 리더십의 특징은 감성적, 섬세함, 수평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포용’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조금 모자라거나 다르더라도 차별하지 않고 보듬다 보면 놀랍게도 최고의 하모니와 시너지가 만들어진다.

마더 리더십의 아이콘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대립이 아니라 협력”이라며 ‘대연정’을 통해 포용의 정치를 실현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마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편 네편 분열돼 서로를 불신하고 미워하는 나라가 됐다. 진정 남과 북이 화해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화합해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은 어디 있을까.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분열된 자식들을 두루두루 품으며 갈등을 봉합해주는 엄마 같은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