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혁신가'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
대한민국은 불과 50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짧은 기간 국민 모두가땀 흘려 얻은 결과지만 그 과정에서 소득 양극화, 고(高)실업률, 복지 격차 등 의도치 않은 문제도 발생했다. 이렇듯 자본주의를 파고드는 고통은 모습을 달리하며 점점 번지고 있다. 이 성장통들은 정부 혼자 해소하기에는 매우 복잡다단하다. 사회적 책임을 기업·정부·개인이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모델이 필요한데, 10여 년 전에 등장한 모델이 이들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사로 부각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같은 기업과 이 기업들을 이끄는 사회혁신가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는 노동·환경·문화 부문의 공공 이슈를 해결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지역사회 발전이나 고용, 사회 서비스에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성장통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델로 꼽힌다.

사회혁신가는 혁신적인 사고 방식으로 이런 사업 모델을 성장시키고 확산시켜 나가는 사람으로, 이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를 이끌며 다양한 사회적 목적을 해결할수록 우리 사회의 복잡다기한 문제들도 변화의 변곡점을 더욱 빠르게 맞이할 수 있다.

즉, 사회혁신가가 자본주의 성장통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혁신가는 타고날 수도 있지만 교육 시스템으로 충분히 육성할 수 있다. 사회 문제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능력과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경영 교육보다 독창적인 융복합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선진 고등교육기관이 사회혁신가 육성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복나눔재단이 작년부터 사회혁신교육자네트워크(ENSI)와 사회혁신가 테이블(SIT)이란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사회혁신가 육성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ENSI는 사회 혁신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 교육자, 전문가들이 교육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함으로써 사회혁신가 양성 시스템을 강화하는 플랫폼이다. 지난해부터 KAIST, 서울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의 교수 30여 명이 참여해 ‘사회적 경제 실천 교육 연구’ ‘사회적 기업가의 사업 기회 개발 과정에 대한 탐색적 연구’ 등 8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내달 12일부터는 ‘사회 혁신과 인재 양성’을 주제로 2차 연구를 시작한다. SIT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혁신가들이 사업적인 고민과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크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네 번의 행사를 통해 소셜 벤처 두 곳이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3월에는 도시재생 소셜 벤처들에 협력의 장을 제공한 바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소셜 벤처, 그 기업을 이끌 사회혁신가들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숲’으로 우거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과 함께 법률이나 정책으로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은 더할 나위 없다. 이런 역할을 꿰뚫는 지혜, 그리고 실행하는 조직도 다양화된다면 자본주의 틈새에서는 희망의 싹이 자라고 성장통은 미래의 훈장으로 변할 것이다. 사회혁신가 육성 시스템에 다 같이 관심을 기울일 때 그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