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뇌졸중 예방의 첫걸음은 자기관리… 먹는 것과 혈당 수치 챙겨라"
“사람들은 자신이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알고, 늘 가는 곳의 버스노선도 잘 알고, 심지어 짜장면을 잘하는 중국집이 어딘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체질량지수가 얼마인지, 하루에 몇 칼로리를 먹는지,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김용재 이화여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신경초음파학회장·사진)는 “사람들이 질환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혈압, 혈당수치 등 기본적 건강지표조차 알지 못한다”며 “이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 예방 수칙을 지키면 뇌졸중 질환의 90% 이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국내 뇌혈관 질환 분야 명의다. 지난 3월 대한신경초음파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2009년 창립된 학회는 초음파 지식을 익혀 신경계 환자의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하는 단체다. 김 교수는 미국신경초음파(ASN) 인증 자격을 가진 국내에 몇 안 되는 신경과 의사기도 하다. 그는 환자에게 큰 후유증을 남기는 뇌졸중을 초기에 빠르고 집중적으로 치료해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꾸준한 건강상담을 통해 환자들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2015~2016년 UC어바인에 연수를 다녀온 뒤 심장 질환 예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미국에서는 운동처방 심리상담 등을 하는 전문가와 의사가 심뇌혈관 질환 예방팀으로 뭉쳐 환자에게 병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다. 뇌출혈 뇌경색 등 뇌졸중 환자 상당수는 예방 가능한 환자다. 이미 생긴 뇌졸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들에게 뇌졸중이 생기지 않도록 돕는 것이 국가 의료비를 아끼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를 통해 뇌졸중과 같은 혈관질환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심뇌혈관 질환 치료만큼 예방이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치료 중심으로 관심을 가졌다. 뇌졸중이 생기면 어떻게 빨리 치료해야 하는지, 골든타임은 얼마나 되는지, 혈전용해제는 언제 투입해야 하는지 등은 의사뿐 아니라 일반인도 잘 알 정도다. 10명에게 뇌졸중이 생긴다고 하면 이 중 3명만 재발 환자다. 7명은 생애 처음 뇌졸중을 경험한다. 한 번 발병한 환자는 5년 안에 다시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25%로 상당히 높다. 전체적인 뇌졸중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애 처음 뇌졸중을 경험하는 환자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국내 뇌졸중 치료 수준이 높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정부에서 뇌졸중 적정성 평가를 강제하면서 치료 성과가 좋아졌다. 미국학회는 혈전용해제가 필요한 상황에 있는 환자의 50% 이상에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혈전용해제는 한 시간 안에 쓰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혈전용해제 투입이 100%에 가깝다. 혈전용해제를 투입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남짓이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예방을 위해 꼭 지켜야 할 것은.

“미국심장학회가 ‘인생에 단순한 일곱 가지(Life’s Simple 7)’ 수칙을 발표했다. 이미 다 아는 것들이다. 혈압을 잘 관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혈당을 줄이고 신체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좋은 식단으로 잘 먹고 살을 빼고 담배를 끊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종종 뇌졸중 위험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달라고 병원에 오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 중 뇌에 이상이 있을 확률은 1%도 안 된다. 이보다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음식에 대한 고민도 많다.

“뇌졸중, 치매에 좋은 음식을 권고하고 싶지만 근거로 삼을 만한 연구가 없다.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해 보니 다른 사람보다 짜게 먹고 과일을 적게 먹는다. 노인들은 칼로리 섭취가 적다. 독거 등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혼자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좋은 식사를 하지 못한다. 더욱이 잘못된 정보를 너무 빠르게 흡수한다. 이들이 잘 먹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건강검진을 통해 뇌졸중을 예방할 방법은 없나.

“뇌 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들여다보면 도움이 된다. 동맥혈관 중 가장 취약한 곳이 경동맥이다. 목 부분의 혈관 초음파를 하면 방사선 노출 위험이 낮고 비용도 저렴하면서 혈전이 생긴 고위험군을 잡아낼 수 있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아도 치료를 안 받는 환자가 많다.

“고혈압 환자 상당수는 ‘내가 그런 병이 있을 리가 없다. 의사가 틀렸다’며 약을 먹지 않으려 한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만 약이 필요한 환자는 약을 먹어야 한다. 고혈압이 있어도 스스로 고혈압이라고 아는 환자는 절반이 안 된다. 치료를 받는 사람은 이 중 절반이다.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 심뇌혈관 환자 중에는 ‘술을 도저히 못 끊는다’는 환자도 많다. 밑 빠진 독을 의사에게 가져와 채워 달라는 꼴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