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인에게 권고되는 예방주사는 독감(인플루엔자)백신 외에도 폐렴구균백신, 대상포진백신, 파상풍 백신 등이 있다. 그 중 독감백신과 폐렴구균백신은 국가에서 노인들에게 무료로 접종을 해주고 있으나 대상포진백신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파상풍 백신은 그 발생률이 매우 낮으므로 언급은 하지 않고자 한다.
대상포진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발진(물집)이 띠를 두른 모양처럼 한 줄로 모여 나타나는 질환이다. 어려서 걸렸던 수두바이러스가 신경뿌리에 숨어 있다가 나이가 들어 면역이 떨어지면 증식하고 활성화되어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고 그 위의 피부에 물집을 발생시킨다. 혈액검사를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98%가 수두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 상당수는 자기도 모르게 수두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이다. 결국 이 대다수의 노인들이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군이며, 실제로 인구의 30% 가까이가 평생에 한번은 대상 포진에 걸릴 정도로 흔하다.
그런데 대상포진의 발병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50대에는 5% 정도가 걸리나 80세 이후에는 10% 이상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특히 대상포진이 걸린 후 신경통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후유증(대상포진후 신경통)이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데 50대에는 대상포진 환자의 10% 미만에서, 80세 이후에는 30% 가량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하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고생하게 된다. 항바이러스제를 발진이 생긴지 3일 이내에 투여하면 대상포진후 신경통이란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의 경우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도 여전히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게 된다.
대상포진을 단순히 피부 질환으로만 생각하면 안되며 신경의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그것도 뿌리에 염증이 생겼으니 그 통증은 너무나 심하고 아파본 사람들만 안다. 폭탄을 맞은 것 같다고도 하며, 평생 이런 통증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오죽하면 대상포진에 의한 신경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흔히 처방하게 될까.
다행히도 대상포진 예방백신이 한국에서도 시판되어 있고 60세 이상은 금기가 없는 한 접종을 권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게 예방해주는 효과가 약 40~70% 정도이다. 80대 이후의 노인이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접종하면 예방효과가 18%에 불과하다는 미국 보고가 있으나 영국의 보고에서는 80대 이후에도 이보다 효과가 훨씬 더 높았다고 한다. 예방주사를 맞고 대상포진이 발생하더라도 신경통의 발생 확률이 67% 정도 감소하고 통증 기간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의 대상포진은 1회 접종하면 평생 면역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비용이 15만~20만원으로 비싸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2016년 한국피부과학회지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설문대상자의 66%가 의사가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의사가 권하면 맞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한국 의사들이 대상포진 예방주사가 접종을 권하지 않는 이유 중 91%는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었다. 물론 환자들도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때문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비록 대상포진으로 사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통증이 심하고 오래가는 신경통으로 인해 그 삶의 질이 감소하고 많은 의료비용을 지출하고, 이런 경과를 통해 노인들이 갑자기 쇠약해지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대상포진은 단순히 피부질환이 아니며 신경염을 유발하는 질환이며, 그 예방주사의 효과는 노인들에게 매우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지금도 외래에서 혼자 진료비만 달랑 들고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으시라고 말할 용기가 생기기 어렵고 얘기를 꺼낸다 해도 대부분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흔히 경험하는 것이 현실이다. 마음 아프게도 이분들이 나중에 대상포진에 걸려서 너무 아팠다거나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너무나 안타깝다. 국가에서 무료 혹은 실비로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게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