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의 람지 이즈마일 디렉터(오른쪽)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8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컨퍼런스’에서 가상 자동차 열쇠 시스템을 개발한 온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세계적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의 람지 이즈마일 디렉터(오른쪽)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8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컨퍼런스’에서 가상 자동차 열쇠 시스템을 개발한 온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우리는 ‘얼리 스테이지(초기 단계)’에 있고 원천기술보다는 당장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쉬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적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지원육성 전문기업)인 ERA의 무랏 악티하놀루 디렉터의 말이다.

ERA 등 미국과 중국 영국 핀란드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 7개국 해외 액셀러레이터와 14개 벤처투자사가 유망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무역협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경제신문사가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여는 ‘2018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컨퍼런스&데모데이’에서 이들을 만났다.

◆원천기술보다 시장성

악티하놀루 디렉터는 “잠재력이 있고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 수요가 많다”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살짝 바꾸는 피보팅을 통해 기업가치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스타트업과 시장성을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이날 행사에서 관심을 모은 원소프트다임이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무게 20g, 라이터 크기의 초소형 체성분 분석기를 개발했다. 양손 엄지와 검지로 살짝 잡기만 하면 체지방이나 근육량 등을 98% 이상 정확하게 측정해낸다. 가격(99유로)이 저렴하고 양말을 벗거나 할 필요가 없어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네덜란드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또 일반적인 자동차 키 대신 스마트폰에 자동차 키를 넣을 수 있는 온키도 해외 액셀러레이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동차를 제어한다. 예를 들면 회사 주차장에 있는 차량 트렁크에 주문한 물건을 받고 싶다면 택배기사에게 스마트폰을 통해 일시적인 자동차 키를 보낼 수 있다. 차량을 공유하는 친구나 가족이 실물 자동차 키를 각자 보유할 필요가 없다. 당장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올해는 바이오와 자동차 관련 아이템이 눈길을 끌었다. 망막·각막 신경을 자극해 안구건조증 등을 개선하는 안구전자약(업체명 뉴아인), 자동차 어떤 좌석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향시스템(에스큐그리고) 등이 이번 행사에 나온 한국 스타트업들이다.

◆국내 최대 해외 AC 초청 행사

이들이 꼽은 또 다른 유망 스타트업의 조건은 구성원의 역량과 팀워크다. 실리콘밸리에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스프린트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애덤 플러머 수석 멘토는 “같은 아이템이라도 누가 하느냐, 누가 돕느냐가 중요하다”며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해외 액셀러레이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액셀러레이터가 한 팀이 돼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행사는 작년 9월에 이어 두 번째 열렸다. 해외 액셀러레이터 초청 행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참가자만 500여 명에 이른다. 포브스와 MIT가 선정한 우수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와 ERA를 비롯해 핀란드 마리아01, 영국의 랜딩, 소프트뱅크 클라우드 재팬 등이 참가했다. 아시아권에선 벤처투자사 SOSV, 싱가포르의 오라클 클라우드 액셀러레이터,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 등이 한국 스타트업을 찾아왔다. 이들은 우수한 기술을 가진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직접 투자하거나 투자자와 연계해 준다. 이들의 관심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