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구간에선 알아서 속도 줄이고
터널선 창문 닫고 공기 내부 순환
카카오 AI 적용한 내비게이션
운전자 음성 인식해 검색
"IT 기기보다 더 IT스러운 제품"
기아자동차의 대형 세단 K9에 앉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사회자 설명에 따라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켰다. 차량 오른쪽 뒤편 상황이 계기판에 그대로 ‘중계’됐다. 왼쪽 깜빡이를 켜자 왼쪽 후방 상황이 계기판 왼편에 보였다. “예전 차량들은 후방 카메라가 찍은 내용을 계기판 가운데 보여줬는데 K9은 보다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오른쪽 후방은 계기판 오른편에, 왼쪽 후방은 계기판 왼편에 배치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유 장관은 차량에서 내리며 “실제로 한번 운전해보면 기술력을 더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23일 개막한 ‘월드IT쇼 2018’에서 신형 K9에 적용된 최첨단 기술을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현장에 전시된 K9 차량에 탑승해 각종 기술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기아차 부스로 몰렸다. K9에 장착된 대형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나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미디어 장치)를 눈으로 보고, 주행보조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신형 K9은 현존하는 자동차 관련 최첨단 기술 대부분이 모인 차량”이라며 “정보기술(IT) 기기보다 더 IT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K9에 장착된 최첨단 기술 중 하나는 곡선구간 자동감속 기능이다.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켜놓고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할 때 곡선구간이 나오면 사전에 알아서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기존 크루즈컨트롤은 곡선구간에서도 직선구간에 설정해놓은 속도를 유지해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아차는 내비게이션에 담긴 도로정보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내비게이션에 실린 지도에서 곡선구간이 나온다는 신호를 보내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내비게이션 지도가 터널이 가까워졌다고 알리면 차량이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공조시스템을 내부순환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도 장착됐다. 운전자의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운전석 시트, 운전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영상 등의 위치가 자동으로 바뀌는 기능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운전자가 번거롭게 조작하지 않아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안전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전방 차량 및 보행자와 충돌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충돌을 방지하는 ‘전방충돌 방지보조 기능’은 감지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자전거와 대형차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던 단점을 보완했다. 승객이 차량 문을 열 때 후방에서 위험 물체가 접근하면 경고하는 ‘안전하차 보조기능’도 국내 대형 세단 가운데 최초로 적용됐다.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능’도 K9에 적용됐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말하면 내비게이션이 이를 알아서 검색하는 기능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