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만개 기업연구소 키울 전략이 필요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0년대식 산업기술 지원책 탈피
유럽기술플랫폼 민관협력 참고해
국가기술 혁신의 질적 성장 꾀해야"
박용현 <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
유럽기술플랫폼 민관협력 참고해
국가기술 혁신의 질적 성장 꾀해야"
박용현 <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
지난 3월 기업연구소가 4만 개를 넘어섰다. 제조업과 지식기반 서비스 분야의 종업원 5인 이상 기업이 15만 개이니 4개 중 1개 기업은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산업계의 기술혁신 역량은 미약했다. 기업연구소는 5000개에도 미치지 못했고, 연구개발(R&D)은 일부 기업에 국한된 것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산업기술 혁신에는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 컸다. 정부가 국가기술혁신 방향을 제시하면 출연연구소와 기업이 협력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말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산업 연구개발 스코어보드’에서 우리 기업은 R&D 규모 세계 7위에 올랐다. 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의 78%를 담당하고 연구 인력의 68%를 고용하는 등 기술혁신의 주역이 됐다.
저변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R&D는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됐다.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R&D 역량을 가진 곳이 많지만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곳도 있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규모는 작아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도전형’ 기업이 있는 데 비해 안정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1%대에 불과한 ‘안주형’ 기업도 있다.
이처럼 기업 R&D가 다양한 양상을 띠며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는데도 정부의 산업기술 지원정책의 틀은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R&D 지원정책은 여전히 규모를 기준 삼아 대·중·소 기업으로 구분되고 공급자 중심의 사업들로 구성돼 있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도 큰 변화를 겪고 있으나 산·학·연의 바람직한 협력관계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국가기술 혁신의 틀을 시대 상황에 맞게 다시 짜기 위해서는 기업 현장의 수요에 기반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EU의 유럽기술플랫폼(ETP) 같은 R&D 민관협력 체계를 참고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국형 R&D 협력체계의 도입을 고민해 볼 만하다. 또 기업에 대한 R&D 지원은 기술혁신 역량을 기준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보완하고 높은 기업은 한 단계 도약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현재는 매출액이나 자본금 등을 기준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수연구소 지정제’를 활용해 기술혁신 역량이 우수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기업과 대학, 공공연구기관 간에 개방적·수평적 혁신생태계의 조성을 촉진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연구인력을 교류할 수 있게 된다면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이 자연스레 이전되고 상호 이해와 신뢰도 증진될 것이다.
기업도 국가기술 혁신의 주역이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단기실적 개선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미래지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대학이나 다른 기업과 공유하고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에 눈을 돌려야 한다.
기업연구소 모임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산업현장 중심의 기술혁신 지원체계 구축’, ‘기술역량 중심의 지원정책 수립’, ‘수평적·개방적 혁신생태계 조성’을 새로운 산업기술혁신의 3대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기술혁신 지원체계를 재설계한다는 각오로 R&D사업의 기획, 수행, 평가, 확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 재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기업연구소 4만 개 돌파는 혁신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로서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는 한 차원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정진해야 하는 길에 들어섰다. 혁신이 없으면 지금까지의 성공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변화를 살피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말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산업 연구개발 스코어보드’에서 우리 기업은 R&D 규모 세계 7위에 올랐다. 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의 78%를 담당하고 연구 인력의 68%를 고용하는 등 기술혁신의 주역이 됐다.
저변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R&D는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됐다.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R&D 역량을 가진 곳이 많지만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곳도 있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규모는 작아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도전형’ 기업이 있는 데 비해 안정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1%대에 불과한 ‘안주형’ 기업도 있다.
이처럼 기업 R&D가 다양한 양상을 띠며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는데도 정부의 산업기술 지원정책의 틀은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R&D 지원정책은 여전히 규모를 기준 삼아 대·중·소 기업으로 구분되고 공급자 중심의 사업들로 구성돼 있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도 큰 변화를 겪고 있으나 산·학·연의 바람직한 협력관계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국가기술 혁신의 틀을 시대 상황에 맞게 다시 짜기 위해서는 기업 현장의 수요에 기반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EU의 유럽기술플랫폼(ETP) 같은 R&D 민관협력 체계를 참고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국형 R&D 협력체계의 도입을 고민해 볼 만하다. 또 기업에 대한 R&D 지원은 기술혁신 역량을 기준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보완하고 높은 기업은 한 단계 도약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현재는 매출액이나 자본금 등을 기준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수연구소 지정제’를 활용해 기술혁신 역량이 우수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기업과 대학, 공공연구기관 간에 개방적·수평적 혁신생태계의 조성을 촉진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연구인력을 교류할 수 있게 된다면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이 자연스레 이전되고 상호 이해와 신뢰도 증진될 것이다.
기업도 국가기술 혁신의 주역이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단기실적 개선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미래지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대학이나 다른 기업과 공유하고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에 눈을 돌려야 한다.
기업연구소 모임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산업현장 중심의 기술혁신 지원체계 구축’, ‘기술역량 중심의 지원정책 수립’, ‘수평적·개방적 혁신생태계 조성’을 새로운 산업기술혁신의 3대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기술혁신 지원체계를 재설계한다는 각오로 R&D사업의 기획, 수행, 평가, 확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 재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기업연구소 4만 개 돌파는 혁신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로서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는 한 차원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정진해야 하는 길에 들어섰다. 혁신이 없으면 지금까지의 성공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변화를 살피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