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연료주입) 설비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각국 규제 강화로 LNG 선박이 대세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LNG는 기존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이 15~100% 적게 배출되는 친환경 연료다.

가스공사는 내년 말 LNG 벙커링 겸용선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발주액은 600억원으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세계 250여 척에 달하는 LNG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에서 연료 주입이 가능해질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에서 600분의 1로 압축해 액체 상태로 공급하기 때문에 전용 설비가 필요하다.

가스공사는 이달 초부터 국제단체인 SGMF가 주도하는 LNG 벙커링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가 LNG 벙커링 기술, 안전지침 등의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경남 통영기지에는 내년 말을 목표로 LNG 벙커링 설비를 별도 구축하고 있다. 역시 국내 최초다. 지금은 LNG 선박이 통영 및 평택기지에 입항하면 전용 설비가 없어 트럭(탱크로리)으로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LNG 벙커링 설비를 대폭 확충하고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 선박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이후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종전 3.5%에서 0.5%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LNG와 같은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 발주가 급증하는 배경이다.

영국 해상보험사인 로이드에 따르면 2025년 LNG 선박은 전체 건조량의 12.6%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LNG 벙커링 수요 역시 2030년 연 2000만~3000만t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