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조율 그리고 어울림
도레미파솔라시도~.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계이름’이다. 각각의 음정에 이름을 붙인 것을 계이름이라고 하고, 이 계이름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른다. 한 옥타브(낮은 도에서 높은 도까지) 안에는 열두 개의 음정이 들어 있다. 음정은 인류가 음악을 누리는 가운데 항상 존재했지만 체계적인 음계를 갖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현(줄)의 길이를 수학적 비율로 나눠 음정을 가렸는데 이를 ‘순정률’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음과 음 사이에 세분되는 음정은 서로 어울리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 지금의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가 발명되면서 음정이라는 개념은 좀 더 복잡한 문제가 됐다. 여러 종류의 악기가 각기 다른 음 높이를 가지고 있어서 함께 음을 맞춰 연주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옛날 악기들은 음정이 쉬 변했다. 거트라고 하는 동물의 창자나 변형되기 쉬운 나무, 당시 기술로는 무른 금속 등이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각각의 악기를 연주할 때나 노래를 부를 때는 연주자들이 상황에 따라 조금 높거나 낮게 음정을 맞추면 됐지만 음정이 정해진 건반악기가 출현하고부터는 문제가 복잡해졌다. 한 옥타브 안에 너무 많은 음정이 들어 있어서 함께 음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다. 그 예로 1500년대 한 악기 제작자가 한 옥타브 안에 자그마치 서른한 개의 음정이 들어 있는 지금의 피아노 모양인 하프시코드를 발명하기도 했으나 연주 자체가 워낙 불편해 보편화되지 못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세한 음이 많이 있지만 이런 미분음들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서, 한 옥타브 안에 열두 개의 음으로 편리하게 나눠 놓은 것이 지금의 피아노 모양이다.

음정에 관한 문제는 1500년대부터 있어 왔지만 이를 잘 다룬 인물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였다. 한 옥타브 안에 열두 개의 음정을 가지고 다양한 조성으로 연주할 수 있게 한 악곡집을 내놓으면서 ‘평균율’이라는 개념의 증거를 제시했다. 이후 실용적인 음정 개념은 후대 음악의 발전을 도모하게 되고 오늘을 사는 우리의 귀 역시 평균율이란 음정 체계로 음악을 듣게 됐다. 조금 과장되게 설명하면 이 평균율 덕분에 노래방에서 같은 노래를 남성 키, 여성 키에 맞춰 음정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부를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장에서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악기를 조율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오보에가 먼저 ‘라’ 음정을 내주면 관악기와 현악기가 차례로 그 음정에 맞도록 자신의 악기를 조율한다. 같은 음 높이가 되도록 악기의 상태를 조정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수십 명에서 100명이 넘는 연주자가 함께 소리를 냈을 때 어울리는 연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정 체계를 갖기까지는 수백 년간 음악 조상들의 노력이 선행됐고, 이제 우리가 조율을 통해 어울림을 누리고 있다. 서로 맞추기 위해선 개인의 희생과 노력이 따라야 하고, 생각보다 서로를 많이 이해해야 하는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로 자신의 이상적인 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리가 어울리도록 하겠다는 목적을 잃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화성이 우리 삶의 공간을 채워줄 것이다.

최근 정상회담 소식이 많이 들린다. 각국 정상도 자신의 소리만이 아니라 함께 누릴 평화로운 화성을 위해 조금씩 낮추고 높임을 조율해 이 시대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