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의 개헌안 결국 폐기… 제헌국회 이후 첫 '투표 불성립'

야당 불참으로 '정족수 미달'
靑 "개헌 동력확보 쉽지 않을것"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표결을 위해 24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불참해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사실상 폐기됐다.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이 표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는 것은 제헌 국회 이후 처음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대통령 개헌안 표결 직후 의결정족수(192명) 부족을 이유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정 의장은 “국회는 헌법 130조 2항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째 되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의결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명패 수를 확인한 결과 참여 의원 숫자가 의결정족수인 재적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법적으로 투표 불성립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표결에 불참한 야당을 겨냥해 “당리당략만 좇는 호헌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개헌안 표결 폐기쇼는 협치 포기선언”이라고 받아치는 등 여야 간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투표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일부 무소속 의원 등 114명만 참여했으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대통령 개헌안 철회’ 연설을 위해 본회의에는 참석했으나 투표는 하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은 전원 불참했다. 제헌 헌법이 제정된 1948년 이후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이며 투표 불성립은 처음이다. 투표 불성립으로 대통령 개헌안은 20대 국회임기 중 계류 상태가 되지만 다시 투표할 수는 없어 사실상 자연 폐기가 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중론이다.

본회의 불발 후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가 헌법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대통령 (개헌) 발의안에 대한 의결 의무를 저버린 야당들은 낡은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도 없이 당리당략에 따르는 호헌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성토했다.

야당은 개헌안 표결을 밀어붙인 청와대와 민주당을 겨냥해 “개헌 무산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반발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야4당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고, 부결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대통령 개헌안의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선언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새로운 개헌 동력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