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전환사채(CB)가 주가보다 높은 전환가격에 할증 발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주식 전환가 하향조정) 조항도 없다. 덩치가 큰 기업이 CB를 주로 발행한다는 점도 국내 시장과 크게 다른 점이다.

해외선 CB 전환가 주가보다 높아… 우량기업이 주로 발행
2014년 테슬라가 발행한 20억달러(약 2조1582억원) 규모의 CB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8억달러(약 8633억원) 규모의 2019년 만기 CB와 12억달러(약 1조2949억원) 규모의 2021년 만기 CB를 발행했다. 전환가액은 359.87달러로 발행 결정 당시 테슬라 주가인 244.81달러(2014년 2월28일 종가)보다 47% 높았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 시장에서 CB를 발행할 때 주식 전환가격이 발행 당시 주가보다 높은 게 보통이다. CB를 할증 발행했다는 것은 투자자가 발행사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할증 발행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보편화된 리픽싱 조항도 거의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에서 CB는 우량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한국 중소형주보다 CB 조건은 좋지 않아도 우량 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다 보니 믿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CB를 할증 발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9일 만기 30년짜리 2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전환가격을 4만3660원으로 책정했다. 발행 당시 주가(3만5750원)보다 20%가량 높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전환가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J프레시웨이 같은 CB 발행 사례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상장사들은 대부분 전환가격 할증 없이 리픽싱 조건으로 CB를 발행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메자닌 시장도 해외 시장과 같이 소액주주를 보호하면서 성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