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강원도 원산'
우리나라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돼 있다. 남한 지역은 물론 북한도 헌법상으로는 모두 대한민국의 영토다. 정부 내에는 이 지역을 관할하는 관청도 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이북5도청이 그곳이다. 이북5도는 1945년 8월15일 현재 행정구역상의 도(道)로서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를 가리킨다. 이북5도청은 이 밖에 경기도와 강원도 중 아직 수복되지 않은 시·군도 함께 관장한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행정구역은 이와는 판이하다. 해방과 분단 이후 수차례의 개편을 통해 지금은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황해남·북도, 강원도와 자강도, 양강도 등 9도로 편제를 뜯어고쳤다. 1949년 신설된 자강도는 평안북도 자성군 강계군 초산군 등과 함경남도 장진군 후창군 일부를 떼어 만들었다. 양강도는 1954년 함경남도 개마고원 일대와 함경북도 서쪽 일부를 편입해 신설했다. 같은 시기 황해도는 황해남도와 북도로 나눴다. 여기에 1개의 직할시(평양)와 2개 특별시(남포·나선)가 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한국 공동취재단이 그제 오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 외신 기자단과 합류했다. 원산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까지는 기차로 11시간, 버스로 4시간을 달린 뒤 다시 도보로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갈마비행장이 있는 원산은 1896년 조선조 말엽 전국을 13도로 개편한 이후 줄곧 함경남도에 속했지만, 1946년 9월 북한 정권이 강원도로 편입시켰다.

원산은 갈마반도와 인근 20여 개 섬이 방파제 역할을 해 물결이 잔잔하고 조수간만의 차이도 거의 없어 오래전부터 한국은 물론 동양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항구였다.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의 교차로 어종이 다양하고 특히 명태가 유명하다. 백사장이 펼쳐진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대표적 명소다. 1914년 경원선이 개통되면서 서울과 동해안 및 서해안을 연결하는 관북교통의 요충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재 원산~통천 간 고속도로가 끝나는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고향이기도 하다. 정 창업주는 1998년 소 1000마리를 이끌고 방북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북한 비핵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남북한 간 행정구역이 통일되고 원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무역항으로 거듭나는, 그런 날을 꿈꿔본다. 그때가 되면 정 창업주의 ‘소떼’가 아니라 자동차를 몰고 풍계리까지도 내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쯤이면 남북한이 서로 반대의 뜻으로 쓰는 오징어와 낙지의 이름도 통일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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