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미다스의 손길 닿은 '공중의 城'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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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아피온·이스파르타
아편의 어원이 된 도시 아피온… 온천에 몸 담그니 心身이 황홀
이스파르타는 '장미의 도시'
세계 장미오일의 65% 생산
매년 5월 축제 열고 퍼레이드
인근 마을에선 장미꽃 따기 체험
아편의 어원이 된 도시 아피온… 온천에 몸 담그니 心身이 황홀
이스파르타는 '장미의 도시'
세계 장미오일의 65% 생산
매년 5월 축제 열고 퍼레이드
인근 마을에선 장미꽃 따기 체험


아피온카라히사르(이하 아피온)는 터키 서부에 있는 주(州)로 앙카라에서 남서쪽으로 25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카라히사르는 터키어로 성(castle)을 뜻하는데, 아피온 시내 한가운데 솟아 있는 바위산에 세워진 아피온성이 그대로 이 지역의 이름이 됐다. 언덕 위 226m 높이에 세워진 아피온성은 기원전(BC) 2000년 무렵 이 땅을 지배하던 히타이트 제국이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570여 개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독일 밴드 엘로이(Eloy)가 1974년 발표한 노래 ‘공중의 성(Castle in the air)’의 강렬한 비트처럼 심장이 쿵쾅거린다. 꼭대기에 다다르면 노랫말처럼 세상의 지혜를 가득 담은 듯한 현지인 노인이 힘들게 올라오는 관광객에게 반가운 미소를 짓는다.
![[여행의 향기] 미다스의 손길 닿은 '공중의 城'을 찾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797643.1.jpg)
아피온은 ‘아편’의 어원이 된 도시기도 하다. 아피온주 들판에는 하얀 양귀비꽃을 재배하는 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아편은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BC 2200년부터 아피온에서도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꽃의 진액으로 진통제인 모르핀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프가니스탄과 아피온에 한 곳씩 있다는 설명이다. 터키 정부가 재배농가를 3주 단위로 검사하는 등 엄격히 관리하고 있지만, 누구나 꽃밭에 접근이 가능하며 양귀비 군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물론 진액을 채취하거나 먹으면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온천을 활용한 ‘水치료’ 관심
아피온은 온천 도시로도 유명하다. 무스타파 투툴마즈 아피온주지사는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온천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가 아피온”이라며 “온천관광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2만 명이 온천 관광을 위해 아피온을 찾았으며 그 가운데 20%는 외국인이라는 설명이다.
![[여행의 향기] 미다스의 손길 닿은 '공중의 城'을 찾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797682.1.jpg)
아피온은 또한 콘야와 함께 터키 이슬람의 신비주의(메블라나) 종파가 발달한 곳이다. 메블라나 잘랄레딘 루미(1207~1273)가 창시한 이슬람 수피 교단 중 하나로 하얀 옷을 입고 끊임없이 빙빙 도는 춤(세마)으로도 유명하다.
장미축제로 떠들썩한 이스파르타

![[여행의 향기] 미다스의 손길 닿은 '공중의 城'을 찾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797642.1.jpg)
이스파르타 인근 ‘아르드츨르 쿄유’ 마을에서는 장미꽃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장미가 있는 시골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장미를 수확한다. 해가 뜨기 전 이슬을 머금은 장미꽃잎이 장미오일을 만들기에 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분홍빛 장미 꽃봉오리 바로 밑 줄기를 힘줘 당기면 쉽게 끊어지지만 잘 안 되면 손톱으로 잘라야 한다. 장미를 따 바구니에 담아야 하지만 머리에 꽂거나 입에 물고 사진을 찍는 등 놀이에 열중하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호수 옆 터키 전통방식의 천막에서 시금치, 아편씨 등이 들어간 터키식 피자로 아침을 먹은 뒤 바로 옆 부뚜막에서 장미오일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커다란 통에 물과 장미를 넣어 끓인 뒤 위로 올라오는 증기를 얇은 관에 통과시켜 차가운 물로 식힌다. 우리의 전통 소주를 제조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렇게 해서 모여진 용액을 잠시 놔두면 가벼워 위로 뜬 부분이 장미오일, 아래는 장미수가 된다.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위해 1.5m 높이의 증류시설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근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장미오일을 제조한다고 한다.
에이르디르 호수의 장엄함
이스파르타에서 30㎞ 떨어진 곳에 있는 에이르디르(Egirdir) 호수는 서울의 80%에 달하는 482㎢ 면적을 자랑한다. 1200m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구름이 잔뜩 끼면 검게, 태양만 가득하면 파랗게, 구름이 살짝 섞이면 비취색을 보이는 물빛깔이 압권이다. 전망대 카페에서는 커다란 주전자로 터키식 홍차 ‘차이’를 테이블마다 직접 끓여준다. 호수 주변에도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이 있지만 호수 가운데 작은 섬 예실에 있는 터키 전통음식점이 가볼 만하다.
![[여행의 향기] 미다스의 손길 닿은 '공중의 城'을 찾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816747.1.jpg)
한국에서 터키 남서부에 있는 아피온과 이스파르타로 바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이스탄불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아피온은 인근 퀴타히아공항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며 온천호텔에서 제공하는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스파르타는 비행기로 이스탄불에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이스파르타에서 에이르디르 호수까지는 편도 12리라(약 2700원)인 미니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시내에서 아크피나 전망대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편도 20리라(약 4500원) 정도다. 아르드츨르 코유 마을에서 장미따기 체험행사를 하려면 현지 여행사를 이용해야 한다.
아피온·이스파르타=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