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종영 후 닷새가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해인을 만났다. 그는 여전히 서준희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듯했다. 정해인은 “작품이 끝나면 후련하거나 시원섭섭했는데 이번 작품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울컥울컥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며 “드라마가 끝나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서준희가 마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캐릭터에 깊이 빠져 있었다고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캐릭터 자체가 저와 많은 부분이 일치했어요. 어른스럽고 진지한 면도 있고 자기 감정 표현에 솔직하기도 하고요. 작가님이 저를 다 알고 쓰셨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하는데 대본에 나와 있어서 놀라웠어요.”
가장 설렜던 장면으로는 호프집 장면을 꼽았다. “준희와 진아가 테이블 밑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는 장면에서 정말 설렜어요. 누나가 먼저 손을 잡고 마음을 서로 확인하면서 깍지를 끼는데 가장 설레고 떨렸죠.”
극의 중후반 이별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나온 혹평들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건 어쨌든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잖아요. 갈등도 생겨야 하고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다보니 생긴 일인 것 같아요.”
큰 인기를 얻었지만 배우로서의 철학과 신념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별)가 되고 싶기 보다 오히려 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별은 사라지는데, 달은 지지 않고 항상 떠 있다. 그러면서 모양이 조금씩 계속 바뀐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정해인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때 말씀드렸던 것과 한치의 변화도 없다”며 “처음부터 그랬듯,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간적인 매력도 한껏 드러냈다. “촬영이 끝나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딱 하고 딸 때가 가장 행복해요. 돈을 벌게 되면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부모님께 맛있는 걸 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요. 이전엔 제가 사려고 해도 아버님이 계산을 하곤 하셨는데 요즘은 제가 내요. 그게 정말 행복해요.”
많은 여성 팬들이 궁금해 할 이상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참한 분을 좋아해요. 화려한 사람보다는 소탈한 사람이요.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있는 사람도 좋고요. 사랑이 기반이 된다면 연상인지 연하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