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칼럼] 탄소감축에서 경제의 미래를 본다
봄날은 정말 짧게 왔다 가버리고 어느새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봄철의 걱정거리가 미세먼지라면 여름철의 위험경보는 가뭄과 집중호우다. 특히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지는 ‘물폭탄’은 빈도가 5년 전에 비해 3~4배 늘었으며 올여름에도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는 기상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이다.

세계는 이미 혹한, 혹서, 가뭄, 폭설, 홍수, 태풍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0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인명피해는 250만 명, 경제적 손실은 4조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북극의 빙산과 빙하는 10년에 평균 3.5~4%씩 녹아내렸고, 해수면은 화석연료 시대 이후 20㎝ 이상 상승했으며 대기 중 탄소농도는 40% 정도 짙어졌다. 학자들은 대기 중 탄소농도가 450ppm을 초과할 경우 지구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데 ‘온난화 시계’로 본다면 현재의 탄소농도 수준은 21시40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2014년 말 세계 195개국 정상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협약을 맺었다. “세계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심각히 생각해야 하고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협약의 핵심은 각국이 자발적 탄소 감축안을 내놓고 이를 5년마다 이행 점검한다는 것이다. 몇 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과감한 감축안을 제시했고 한국도 2030년까지 국내에서 25.7%, 해외에서 11.3% 총 37%의 탄소 감축 약속을 했다. 우리로서는 매우 힘든 목표인데, 세계 7위의 탄소배출국인 한국의 이런 감축안에 주요국들은 시큰둥하다. 미국은 셰일가스,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러시아는 삼림자원, 중국은 경제성장 단위당 감축 비율이란 특이한 계산법 등 비장의 무기가 있지만 우리는 이런 것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5년마다의 이행 점검 시 교역과 투자상의 제재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사기론’을 주장하며 이와 같은 국제적 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앞으로 1000억달러에 달할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기여금을 내기 싫고, 또 지금 안 캐내면 영원히 못 캐낼 석탄도 아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 일반 국민, 정치인, 기업인 대부분이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2016년에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의회가 비준했기 때문에 이를 돌이키려면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변수가 세계의 탄소 감축 행동에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은 탄소배출량 중 40% 정도가 발전 부문에서 나온다. 나머지는 수송, 제조업과 생활 부문이지만 감축 노력은 발전 부문에 집중돼 있다. 결과적으로 전력 분야는 약 9000만t의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앞으로 진행될 원전 비중 축소 상황도 감축 목표 달성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전기 품질을 갖고 있다. 전기가 발전소에서 소비자 단계까지 가는 동안 사라지는 전력 손실률은 3% 수준으로 세계에서 제일 낮고 정전시간, 주파수 등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에너지와 IT 융합을 통한 에너지 절약 솔루션 부문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공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지능형 계량기와 전기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 스마트공장, 스마트빌딩, 스마트홈, 더 나아가서 스마트시티 등으로 확산하면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절감의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

각 주택이나 건물 등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를 거래하게 할 가상발전소라든지, 전국 900만 개의 전신주를 통한 사물인터넷(IoT)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력 분야에도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국제에너지협회는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이런 에너지 효율화 시장이 1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문을 육성하는 것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 이행과 막힌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다. 아울러 새로운 수출동력으로서, 앞으로 기대되는 남북 경제협력에서도 가장 유망하고 빨리 실천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원가를 반영하는 전기요금 수준의 유지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