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모의 데스크 시각] '善意로 포장된 길' 걷고 있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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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모 생활경제부장
![[장진모의 데스크 시각] '善意로 포장된 길' 걷고 있는 경제](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07.14213013.1.jpg)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역습
정부는 지난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을 인용했다. 롤스가 기회 균등과 함께 분배적 정의를 강조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롤스는 책 제1장에서 “소득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가난한 자의 처지가 향상된다면 부자들이 더 큰 이익을 취한다고 해도 부(不)정의한 것은 아니다”고 갈파했다. 《정의론》이 진보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환영받은 이유다.
롤스의 잣대로 보면 불행히도 우리는 정의롭지 않은 나라로 향하고 있다. 올 1분기에 가계 소득 최상위 20%의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9.3% 증가했지만 하위 20%는 8% 줄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쇼크로 저소득층이 실직하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든 게 주된 원인이다. 롤스가 살아 있다면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소득 분배는 최악으로 나빠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선의(善意)로 포장된 무지의 정책이 낳은 참사라고나 할까.
정부가 북핵 외교에 전력투구하는 동안 민생은 이렇게 오그라들고 있다. 김정은에게 쏟아붓던 국정 에너지를 이제는 경제로 돌려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은 최근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성장과 고용의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도약하려면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냉정한 진단이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혁신성장과 고용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의 잇단 대기업 압박 공세는 대기업을 경제 도약과 일자리 창출, 공정 분배를 가로막는 악(惡)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대기업의 사업 범위 제한에 이어 협력 업체와의 이익공유제, 납품단가 조사, 오너의 지배력 약화 등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들이다. 이 모두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과 수익 창출 의욕을 꺾는 반(反)기업적·반시장적 정책들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분배 정의를 위한 선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개방경제 시대에 보호만으로 강소기업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격언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