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우리 측에선 서훈 국가정보원장(맨 왼쪽), 북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배석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우리 측에선 서훈 국가정보원장(맨 왼쪽), 북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배석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높아졌고, 기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천안함 폭침 등의 도발에 관한 북한의 공식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동안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 살았기 때문에 북한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회담을 통해 (북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많이 개선됐다. 이것을 잘 살려가야겠다”고 말했다.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정은이 4·27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한국 내 인식이 좋아졌다고 덕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해당 발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등에서 희생된 우리 군인과 탈북민, 인권 탄압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쉽게 ‘깜짝’ 북쪽 판문점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남북 간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은은 “4·27 판문점 선언으로 많은 분이 기대를 걸고 국제사회도 다같이 환영의 박수를 보내줬다”며 “자주 만나서 얘기하고, 한 곳에 앉아서 풀어가다보면 그때 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4·27 때 명장면 중 하나가 (문 대통령이) 10초 동안 (군사분계선을) 깜짝 넘어온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이번 회담이 북측 지역에서 간소하게 치러진 데 대해 “좋은 자리에서 맞이해야 하는데 잘 못해 드려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이야기가 좋은 결실을 맺어 가을 초에 평양에서 대통령 내외분을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제안부터 회담형식, 발표 날짜까지 북한의 뜻대로 이뤄졌다. 사상 첫 남북 정상 간 ‘재만남’을 위해 문 대통령이 너무 많은 걸 양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