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지나 檢 송치… '끝까지 굼뜬' 드루킹 수사
‘증거인멸 시간을 주는 게 목적이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경찰의 굼뜬 드루킹 수사가 한 치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사 총괄책임자인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은 28일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49·본명 김동원)에게서 500만원을 받은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지사 후보)의 전직 보좌관 한모씨(49) 사건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초 관련 혐의를 확인한 지 거의 두 달 만에 취해진 조치다.

한 전 보좌관은 작년 9월 경기 고양의 한 식당에서 드루킹,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김모씨(49·필명 성원), 경공모의 회계책임자 김모씨(49·파로스) 등과 함께 식사한 뒤 빨간색 손가방(파우치)에 든 전자담배 기계와 현금 500만원이 담긴 흰 봉투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한 전 보좌관은 지난달 30일 경찰 조사에서 “드루킹의 민원 편의를 봐달라는 목적으로 (돈을) 줬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실상 뇌물을 인정한 것이지만 경찰은 진술을 확보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사건을 송치했다. 뇌물수수죄 외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다른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이 청장은 ‘검토 중’이거나 ‘고려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 청장은 김 전 의원이 2016년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가 매크로(자동 반복 실행 프로그램) 구현 서버 ‘킹크랩’ 시연을 본 뒤 드루킹 측에 100만원을 ‘하사’했다는 의혹 역시 미확인 상태라고 말했다. “주변인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확인에 필수적인 김 전 의원 재소환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며 “선거기간에 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을 드루킹에게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부속실장과 관련해서도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송 실장은 2016년 6월 드루킹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 있던 김 전 의원을 찾아가 첫 만남을 주선한 주인공이다. 이후 지난해 2월까지 드루킹과 수차례 접촉하는 과정에서 그는 사례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송 실장이) 당시 무직으로 공직자나 현역 의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땅히 처벌 가능한 혐의가 없다”고 했다.

이 청장은 송 실장의 연루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는 지적을 부인했다. 지난달 17일 드루킹 조사과정에서 송 실장이 김 전 의원을 소개했다고 진술한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해 청와대나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개별 사건의 수사상황에 대해 일일이 본청장에게 보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32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드루킹 등 핵심 관련자 4명을 구속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