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개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몇 가지 현안과 관련해 새로운 방식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는 곳이면 교체를 고려할 수 있다”며 “규모가 클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다만 국면 전환식의 접근은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기는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지방선거 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장관 임명이 시급한 곳은 전남지사 출마로 김영록 전 장관이 사표를 제출한 농림축산식품부 정도다. 이 총리의 발언은 후임 농식품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몇몇 부처의 장관을 함께 물갈이하겠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경제와 외교안보라인 일부 등 2~3개 부처의 장관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가 유력시되는 장관의 경질설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출범 1년이 지난 만큼 개각 논의는 자연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개각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 한국은 유독 장관 재임기간이 짧은 나라다. 평균 11개월 정도다. 사건 사고가 터지면 ‘면피용’으로 장관이 경질되기 일쑤고 ‘국면 전환용’ 개각도 수시로 단행됐다. 각종 선거에 차출되는 것도 ‘단명’의 원인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장관의 전문성도 떨어지고 정책의 일관성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필요성이 발생한 일부 부처를 제외하면 개각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시점에서 개각보다 시급한 것은 청와대의 변화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사실상 각 부처의 ‘상급 관청’ 노릇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장관의 발언을 수시로 청와대가 뒤집고, 청와대 수석이 장관이 할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청와대가 정책의 기획은 물론 집행까지도 다 끌어안아 행정부는 들러리가 됐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청와대는 특히 ‘소득주도 성장’을 위시한 ‘J노믹스’에 관한 한, 요지부동이다. 그 어떤 이견이나 비판도 수용할 의사를 잘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는 없다”(장하성 정책실장)거나 “일자리 부족은 인구구조 탓”(반장식 일자리수석)이라는 발언이 이런 인식을 잘 대변한다. 청와대가 바뀌지 않는 한, 개각은 큰 의미가 없다. 청와대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기업과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설계주의적 도그마를 버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