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타이어 개발 '가속도'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해 주행 중 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1980년대 공기압이 낮으면 운전자에게 경고해주는 시스템인 ‘타이어공기압모니터링(TPM)’ 기능이 유럽 내 럭셔리 자동차에 적용됐다. 최초로 TPM을 적용한 회사는 포르쉐다. 휠 전문기업 PSK가 개발한 튜브형 스포크 휠을 959에 넣으며 공기압 측정 기능도 포함시켰다. 이어 1996년 르노는 소형차 세닉에 미쉐린이 개발한 공기압 감지 기능을 담았고, 푸조는 1999년 고급 세단 607에 해당 기능을 기본 품목으로 마련했다. 이어 2000년 르노가 중형 세단 라구나 2세대에 TPM을 탑재하면서 대중화가 이뤄졌다. 물론 미국에서도 1991년 쉐보레 콜벳에 굿이어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되며 TPM이 들어갔다.

그러다 1990년대 말 TPM 의무화를 촉발시킨 ‘파이어스톤 사건’이 벌어졌다.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 익스플로러의 전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 100여 명이 사망했다. 조사를 시작한 미국 정부는 타이어 결함으로 결론지었고, 의회는 ‘트레드법’으로 불리는 TPM 의무화를 단행했다. 운전자가 공기압 과다 여부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는 차원이었다. 이후 유럽과 한국 또한 의무화를 도입하며 TPM은 타이어에 없어서는 안 될 장치가 됐다.

기능적으로 TPM의 핵심은 센서다. 공기압 과다 여부를 센서가 측정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TPM도 하나의 시스템인 만큼 ‘TPMS’로 부른다. 더욱이 센서가 알아내는 정보가 많고, 이를 자동차에 지속적으로 전달할수록 주행 중 전체적인 자율 제어 능력이 향상될 수 있어 타이어 회사마다 지능 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센서가 읽어내는 정보 항목을 늘려 자동차 지능과 연결하는 커넥티드 타이어 개발이 속속 전개되는 배경이다. 실제 콘티넨탈과 피렐리는 타이어 내부 센서를 통해 도로의 수분 함량을 파악하고, 타이어 표면의 마모도를 알아내는가 하면 도로 표면과 타이어의 마찰력도 읽어내 자동차에 전달한다. 정보를 받은 인공지능은 타이어 마모도와 노면의 마찰력에 따라 운전자보다 한발 앞서 자동차를 감속하거나 세우게 된다. 기본적인 제어 능력에 타이어와 노면 정보까지 더해지니 주행의 안전성이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커넥토그래피》를 집필한 싱가포르국립대 공공정책대학원의 파라그 카나 연구원은 ‘연결이 운명이다’라는 말로 국제 관계의 연결성을 주목한다. 좋든 싫든 특정 국가가 지속 생존하려면 결국 여러 나라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자동차라고 예외가 아니다. 140년 동안 과학기술적 발전이 가장 더뎠던 타이어도 이제 지능형으로 바뀌며 자동차 뇌와 연결되는 형국이니 연결하지 못할 분야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

심지어 타이어는 자연과도 연결된다. 아예 공기를 쓰지 않으면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미래형 타이어가 주인공이다. 굿이어가 선보인 ‘옥시전’ 콘셉트는 휠 안에 수분 흡수력이 뛰어난 이끼가 담겨 있다. 노면의 물을 머금은 이끼는 태양광에 노출돼 광합성을 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흡수하되 산소만 배출한다. 게다가 이끼는 꽃이나 씨앗을 갖지 않아 한정된 공간에 가둬도 변형이 없고, 우주 공간에서 생존할 만큼 끈질긴 생명력도 장점이다. 한마디로 도시 공해화를 늦추자는 생각인데, 되짚어보면 이 또한 자연과 과학문명의 연결일 따름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