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업계 기업들이 연구개발 비용의 회계처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6개 바이오제약 기업의 설문조사 결과 84%가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29일 밝혔다.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 연구개발 분야별로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8%에 달했다.

연구개발 비용을 언제 자산화할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임상 1상 개시와 임상 3상 개시가 각각 21.7%로 가장 높았고 임상 2상 개시 17.4%, 임상 2상 완료 8.7%, 품목허가 완료 후 8.7%, 임상3상 완료 후 4.3% 순이었다. 기타 의견도 17.4%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개발 비용의 자산화 기준을 정하지 말고 기업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의견도 포함됐다.

이번 연구개발 비용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의견수렴은 지난 9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됐다.

26개 응답 기업의 주요 연구개발 분야는 바이오신약이 29.7%로 가장 높았다. 바이오시밀러가 13.5%, 합성신약이 10.8%를 차지했다. 체외진단기기 및 유전체분석 등 기타도 29.7%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화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이 36.4%로 가장 많았다. 자산화 비율이 30% 미만인 기업이 27.3%, 31~50%가 22.7%, 51~100%가 13.6%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업계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A 기업은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자본잠식 및 손익구조 악화로 정부과제 수주 및 투자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창업생태계 위축도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B기업은 "일률적인 회계기준 적용보다는 개별기업의 실적과 역량을 판단해 회계처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회계감리를 사후 적발보다는 기업과 감사인이 예방 중심으로 처리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은 국내에서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다"며 "일률적인 기준보다는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