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수주전 모습이 바뀌고 있다. ‘OS 요원’(아웃소싱 업체 직원)의 물품 공세 대신 입찰 조건과 설계안 등이 수주전 경쟁 포인트로 부상했다. 정부가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수주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어서다.

선물 사라진 재건축 수주전… 설계안 '공방' 가열
29일 서울 대치동 ‘대치쌍용2차’는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재건축 시공자 선정 총회를 나흘 앞두고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 단지는 364가구를 560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놓고 경합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치동 일대 재건축 사업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곳이어서 수주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 단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여느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서처럼 OS 요원들이 과일바구니를 들고 단지를 오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치쌍용2차는 대신 단지 한쪽에 건설사별 미니 홍보부스를 마련했다. 부스에 방문한 조합원에겐 커피 한 잔과 홍보 전단지만 제공한다. 각 사 직원들은 조합 설계 원안, 총회 책자, 자사와 경쟁사의 계약서 조항 등을 꼼꼼히 비교·대조하며 자사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공사비 총액부터 주택형 배정, 조경 설계 인허가 가능성, 금리변동 가능성에 의한 사업비 차이 예상액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짚는 식이다.

수주전 홍보가 경쟁사 비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치쌍용2차 대우건설 홍보부스에선 “현대건설 설계를 채택하면 지능형 건축물 인센티브를 받지 못해 사업이익이 크게 깎인다. 불리한 조건에다 준비 안 된 설계”라는 얘기가 들렸다. 현대건설 홍보부스 직원은 “대우건설 사업 이익 증가안은 대부분 거짓말인 데다 자체 자금력이 달려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맞받아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OS 요원을 통한 개별 조합원 구애 작전이 막히면서 입찰 조건에서 승부가 갈리게 됐는데, 과도한 조건도 단속 대상이 되면서 수주 경쟁이 양사 비방으로 치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