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일해서 번 돈보다 국가 지원 등을 통해 받은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정부가 이들에게 지원하는 돈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지원이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꺾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으로 버틴 빈곤층… 국가지원 통해 받은 돈이 일해서 번 돈보다 많았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은 59만7312원으로 근로소득(47만2914원)을 넘어섰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추월한 것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이전소득이란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나 가족이 지원해주는 돈을 말한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은 공적 이전소득에 속하고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생활비 등은 사적 이전소득에 해당한다. 이전소득이 근로소득보다 더 많다는 것은 외부에서 지원받은 돈이 직장을 다니면서 번 월급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1분위의 이전소득은 전년 동기(49만1409원)보다 21.6%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저소득층의 이전소득 확대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근로장려금(EITC)의 가구당 최고 금액을 인상하고 청년·신혼부부의 전세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근로소득은 1년 전(54만5603원)보다 13.3% 줄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고령화에 따른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 증가, 서비스업 부진에 따른 임시·일용직 고용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시·일용직 고용이 축소되거나 근로시간이 줄어 빈곤층의 소득이 감소했다”고 해석했다.

재정 등 보조를 통해 빈곤층 소득이 늘면 삶의 질이 개선되고 이들의 높은 한계소비성향을 동력으로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만 늘어나면 경제 주체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 근로의욕을 꺾을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